세계적인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46)는 최근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바로크 음악의 대가 바흐가 300여 년 전 작곡한 ‘마태 수난곡’을 21세기에 감상해야 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매우 어려운 시기에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전하는 영성(spirituality)과 아름다운 음악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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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수난곡’은 바흐가 1727년 작곡한 작품으로 예수의 수난 과정을 노래한다. 전곡 연주에만 무려 3시간이 걸리는 대곡으로 바로크 음악의 정수로 손꼽힌다. 이번 공연은 바로크 시대 악기로 당시의 연주를 재현하는 ‘원전 연주’로 꾸민다. 스위스의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 한국의 바로크 음악 전문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까지 6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무대다.
자루스키는 “‘마태 수난곡’은 20년 전 몇 번만 공연했던 작품이다. 더 성숙한 목소리와 경험으로 (이 작품을) 다시 노래할 수 있기를 오래전부터 꿈꿔왔다”라며 “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것은 관객뿐만 아니라 무대에 서는 저에게도 강렬한 영적 여정이다”라고 기대했다.
자루스키는 이번 공연에서 39번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Erbarme dich)를 부른다. 알토가 주로 부르는 곡이다. 예수의 제자 베드로가 예언대로 예수를 3번 부인한 뒤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심정을 담고 있다. 바이올린이 오블리가토(연주에서 생략할 수 없는 악기나 보컬 파트)로 쓰인다. 자루스키는 “이 아리아를 위해 6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바이올린과의 대화 같은 곡으로 후회하는 감정의 강렬한 표현과 극적인 면을 기악적으로 접근해야 해 어려운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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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테너는 남성이지만 여성처럼 높은 음역을 내는 성악가다. 보통 가성으로 고음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루스키는“가성(falsetto)이라는 단어에는 ‘거짓’(false)이 들어가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며 “소프라노처럼 두성(頭聲)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운터테너는 음역(音域)보다 노래하는 방식을 정의한다”며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를 거쳐 이제는 알토까지 더 많은 곡을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자루스키는 ‘천사의 목소리, 악마의 기교’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사람들은 제 목소리 색깔이 매우 선명하고 맑고 미묘해서 ‘천사처럼 노래한다’고 말한다”라며 “지금은 온몸으로 더 많이 노래하면서 더 다양한 색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는 카운터테너가 ‘독특함’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이제는 탄탄한 목소리를 가진 전문 카운터테너가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의 김강민, 정민호도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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