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평산마을 그 시위자, 검사가 직접 구속 챙긴 까닭은?

이배운 기자I 2022.09.01 20:00:00

검사가 직접 영장심사 출석…구속필요성 판단
논두렁 넘어 文사저 침입 시도…재범·보복우려
시위자에 스토킹처벌법 적용…"사실상 괴롭힘"
노선균 부장검사 "스토킹법 시행취지 고려"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향해 3개월 동안 폭언과 욕설을 일삼은 60대 시위자 A씨가 구속기소된 사안과 관련해 검찰이 시위자에게 이례적으로 스토킹 혐의를 적용하고, 영장실질심사까지 직접 챙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경남 양산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 16일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커터칼로 협박하는 등 소란을 피운 평산마을 장기 1인 시위자를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노선균)는 지난달 31일 A씨를 특수협박죄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스토킹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 담당 검사를 보내 직접 구속 필요성을 소명하도록 했다.

노선균 부장검사는 “이 사건은 중요도가 높은데다 A씨의 변호인 측이 체포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었다”며 “검찰은 A씨의 구속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봤고, 이를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 부장검사는 A씨가 풀려날 경우 재범을 저지르고 문 전 대통령 내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씨는 경찰의 여러 제재 조치를 무시하고 집회 행위를 계속했다”며 “논두렁을 넘어 사저 진입을 시도하고, 김정숙 여사에게 다가가 앞길을 가로막는 등 위협한 사실도 있다”고 짚었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은 지난해 10월 처음 시행된 가운데, 시위를 벌이던 자가 이 법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울산지검은 A씨의 시위는 표현·집회의 자유를 벗어난 ‘괴롭힘’에 더 가깝다고 보고 스토킹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노 부장검사는 “어떤 정치적인 목적과 요구사항이 있는 정상적인 시위라면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될 수 없다”며 “하지만 A씨는 정상적인 목적이나 요구 없이 인신공격만 반복하면서 사실상 괴롭힘 행위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울산지검은 이 밖에도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이 장기간 계속된 욕설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점 등도 고려했다.

스토킹 범죄는 통상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집착·보복을 동반해 재범 우려가 높고 살인 등 흉악범죄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최근 스토킹 범죄가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대검찰청이 일선 청에 ‘원칙적으로 구속’ 등 엄정 대응을 지시한 점도 A씨의 구속 판단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노 부장검사는 “스토킹 처벌법은 시행된 지 얼마 안 됐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 법 시행 취지를 따르고자 했고, 향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며 “공소유지 과정에서도 A씨의 행위는 집회·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괴롭힘이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지검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인근에서 총 65회에 걸쳐 확성기를 이용해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폭언·욕설해 모욕했다. 또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주거지인 양산 사저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면서 폭언·욕설을 반복했다. 지난 16일에는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커터칼로 협박하는 등 소란을 피우다 결국 특수협박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지난달 23일 자신에 대한 구속 조치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피의자의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이유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