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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7% 시대"…하우스푸어 몰린 영끌족, 퇴로도 안보인다

오희나 기자I 2022.06.14 20:06:54

[금리인상의 그늘]
영끌족, 월급 70% 빚갚는데 써야
집 처분하고 싶어도 거래절벽에 옴짝달싹
"금리 인상 충격완화 대비책 세워야"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 직장인 A씨(남·34세)는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작년 초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전용 84㎡를 5억9000만원에 매입했는데, 당시 종자돈 1억5000만원에 주택담보대출 2억3000만원, 신용대출 5000만원, 나머지를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소위 ‘영끌’로 샀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매달 내는 원금과 이자가 250만원에 달한다. A씨는 “금리가 올라 월급 절반 이상을 대출금 갚는데 쓰고 있어 이자가 조금만 올라도 부담이 된다”면서 “최근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도 이뤄지지 않아 매일 한숨만 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아파트 단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정부 역시 유동성 축소 정책을 펼침에 따라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게 된 이들이 바로 ‘영끌족’이다. 지난 2020~21년 부동산 급등 시기에 ‘벼락거지’를 피하기 위해 영끌에 나섰던 2030세대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상황에 처했다.

1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4.33~6.88%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고정형 주담대 상단은 이달 말 7%대, 연말에는 8%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출이자도 빠르게 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소유한 경우 올해 평균 매매가 12억8582만원 기준, LTV 상한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은 4억3716만원으로 금리가 7%까지 상승한다면 월 대출 상환액은 291만원이다. 2021년 기준 도시근로자 가구 가처분소득이 418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월 주담대 상환액 비율은 69%로 가처분소득 70%에 달한다.

게다가 이자부담으로 집을 팔려고 해도 주택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어 처분도 여의치 않다. 실제로 14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6768건으로, 전년동기 2만5870건 대비(1~6월) 26% 수준으로 급감했다. 추가 금리인상 우려와 대출 규제,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절벽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영끌족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충격 완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선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거라는 경고를 주면서 대출자들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등 대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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