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는 취약계층 몫…1년간 사회적 불평등 극심"

이소현 기자I 2021.03.09 15:51:47

참여연대, 코로나 1년 정부정책 진단평가 좌담회 개최
국가부채 ‘포비아’ 수준 우려…직접 지원 격차 커져
의료·돌봄 공백…"거리두기 강제로 개인에 고통 전가"
"보편적 복지제도 논의 위해 적극적인 정부 역할" 제언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 1년간 정부가 전 세계적 감염병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강도 방역 조치를 단행했지만,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낮은 국가 채무수준 유지’라는 기조를 탈피하지 못한 미온적 지원 정책은 보건의료, 돌봄 영역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공적 책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대응 1년, 정부정책 진단평가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 1년, 소득·자산·고용불평등 심화

참여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 정책은 무너져가는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먼저 코로나19로 닥친 변화에도 사회·경제적 대응을 적절히 하지 못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강도 방역 정책에 따른 희생이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면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됐다”며 “또 유동성 확대로 자산불평등과 노동시장 충격에 따른 고용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우리 정부의 직접 지원은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G20 평균인 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독일은 GDP의 7~8%, 일본은 11%, 미국은 12% 수준에서 직접 지원을 하고 있다.

윤 교수는 “급격한 변화에도 우리 정부는 ‘국가부채 포비아’ 수준의 균형 재정 논리에 묶여 전통적인 소득보장제도 사각지대 문제에 매우 제한적으로 대응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영업자들 손실보상 등 문제와 관련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부채 증가를 문제 삼은 바 있다. 이에 윤 교수는 “2019년 대비 2020년 국가부채 증가율은 15.5%로 OECD 비교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절대적인 부채 규모도 1년간 6.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반박했다.

윤 교수는 “보편적 사회수당 도입, 공적 사회서비스 확대, 전 국민 고용보험 실시, 이를 위한 점진적 증세전략 등 보편적 복지제도를 향한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로제네카(AZ) 백신이 의료진 접종을 위해 준비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공의료·돌봄 공백 여전…“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

1년간 공공의료 공백이 두드러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 공약 이행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의료상업화에 매진한 상황에서 맞은 코로나19 대유행은 결국 병상·의료인력 부족 나아가 의료공백 문제로까지 이어져 희생자를 낳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의료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지 않은채 단행한 거리두기 강제 조치로 코로나19 피해를 개인에게 전가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 국장은 “요양병원, 장애인시설 내 약자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고 상병수당, 유급병가 등의 사회안전망 없이 이뤄진 강제 거리두기로 개인에게 고통이 전가됐다”며 “4차 대유행 대비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민간병원 병상 동원, 간호인력 대폭 확충 등에 적극 나서야 하며 궁극적으로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역 노력은 전 사회 구성원에게 강제됐지만, 피해는 일부에 가중돼 사회불평등이 심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는 “코로나 초기부터 장기적, 주기적 성격이 예측됐음에도 일시적 소득보장 정책에 치우쳐 실효성 있는 정책 접근에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소득보장과 돌봄 대책 제도화 논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상황이지만, 전국민고용보험, 상병수당, 실업부조와 같은 주요 정책이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직장에 출근해야 하거나, 소규모 자영업자처럼 직접 사업장을 운영해야 하는 경우 사회적 돌봄의 빈자리가 고스란히 돌봄 공백으로 남게 됐다”며 “전 주민의 삶을 보호할 전 국민 사회보험 같은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돌봄 체계를 구축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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