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미 대선 승리와 함께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그의 가족 기업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에서만 10억달러(약 1조 4200억원)가 넘는 이익을 실현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부(富)의 핵심은 그와 그의 가족이 건설하고 있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상자산 제국”이라고 평가했다.
|
트럼프 일가, 각종 가상자산 사업서 문어발식 확장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적극적인 친(親)가상자산 정책을 펼쳤고, 이를 기반으로 트럼프 일가는 가상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NFT 트레이딩 카드 출시, 밈코인 발행, 가상자산 채굴기업 ‘아메리칸 비트코인’ 투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World Liberty Financial) 지분 보유,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과 상장지수펀드(ETF) 파트너십 체결 등 단순 자산 매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디지털 자산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일가는 이들 사업을 통해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WLF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과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일가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WLFI 토큰과 USD1 스테이블코인 판매로 약 5억 5000만달러 수익을 냈다.
트럼프 부부가 각각 이름을 걸고 출시한 밈코인은 투기 외엔 아무 목적이 없음에도 판매 및 거래 수수료가 최소 4억 2700만달러에 달했다. 이외에도 NFT 트레이딩 카드 판매 수익 및 각종 투자 이익 등을 합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일가는 최소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FT가 추산한 수치가 정확한지 묻는 질문에 에릭 트럼프는 “실제로는 아마 더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장부상 순자산 가치 상승까지 더하면 규모가 훨씬 커진다. 예를 들어 트루스소셜 모회사이자 비트코인 재무 사업체로 변모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MTG)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보유 지분(53%) 가치는 19억달러에 이른다.
또한 트럼프 가문이 소유한 DT 마크스 디파이(DT Marks DeFi LLC)는 당초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지분 75%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38%까지 줄어든 상태다. 해당 지분을 누구에게 얼마에 매각했는지는 불분명하다.
|
“가족 경영-국가 정책 경계 희미”…이해상충 논란
이처럼 사업구조는 복잡하고 투자·수익 흐름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방식으로 트럼프 일가가 거대한 ‘가상자산 제국’을 구축하고 있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당국의 조사나 제재는 전무한 상태다. 이들 기관이 친트럼프 인사들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이 깊은 관련이 있다”고 홍보하며 정치적 브랜드 이미지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20억달러), 중국 GD컬처그룹(3억달러) 등 해외 투자자금까지 끌어들였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는 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상자산 사업과 공직 두 역할을 분리하지 않고 있다. 그의 실수령 이익은 대부분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관리하는 신탁에 귀속돼 있지만, 이는 언제든 취소가 가능하며 원하면 돈도 얼마든지 찾아 쓸 수 있다. 즉 실질적 소유권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으며 명의만 가족에게 빌린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가족 경영과 국가 정책의 경계가 희미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선 이전에 이미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공직 진출이 오히려 부를 희생한 것”이라구 주장하지만, FT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 중 자산 증가폭이 유례 없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상자산 외에도 트럼프 일가의 다양한 경제 활동에는 콕 집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멜라니아 트럼프의 경우 아마존과 4000만달러 규모의 다큐멘터리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업계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누가 봐도 권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