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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임 부장판사는 언론을 통해 지난해 김 대법원장과의 녹취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5월22일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나눈 대화로,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을 43분 여간 독대하며 사표 수리 관련 대화를 나눴다.
녹취록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에 “작년 12월 열이 38도까지 올라갔다”며 사표 수리를 요청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우리가 안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건강까지 상했다니까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임 부장이 다른 어떤 법관보다 남다른 자존심과 의무감이 있는 법관이었는데 법정에 선다는 게 얼마나 죽기보다 싫었을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사표 수리 여부는 내가 정할 것이고 그전까지는 병가를 쓰고 푹 쉬시라”며 “(정치권에서) 탄핵하자고 저리 설치고 있는데 내가 지금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또 무슨 얘기를 듣겠냐는 말이야”라고도 말했다.
또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정치적인 것과 상황은 또 다른 문제니까, (사표가) 수리되면 탄핵 이야기도 못 하게 된다”고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에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던 기존 답변에서 이와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전날만 해도 당시 면담에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입장을 하루 만에 바꾼 것이다.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는 각 부산고와 진주고를 졸업해 서울대 법대를 나와 법관으로 임용돼, 영남 출신 판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2년 후배다.
또 김 대법원장이 2017년 대법원장 후보에 오르며 인사청문회를 앞둔 당시, 임 부장판사에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친분 있는 야당 의원들을 설득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임 부장판사는 이를 들어줬다고 알려졌다.
이후 사법농단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2018년 임 부장판사는 야구선수 오승환씨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김 대법원장에 의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검찰 수사에 넘겨져 기소됐고 국회에선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탄핵 위기에 처한 임 부장판사가 이날 김 대법원장의 사표 수리를 반려하는 취지의 면담 내용까지 공개하며 이들의 인연이 결국 악연으로 전환한 모양새다.
이날 국회에서는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