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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26일 열기로 합의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기정사실화했지만 하루 만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다고 한 적은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자칫 인사청문회 동의가 국회 복귀처럼 해석돼, 국회정상화에 대한 협상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란 해석이다.
◇한국당, 인사청문회 동의로 협상력 하락 우려
이날 기재위 회의는 한국당 의원이 전원 불출석한 가운데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의원들만 자리했다.
당초 한국당을 포함한 교섭단체 3당 기재위 간사가 이미 김현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과 청문계획서 채택을 위한 회의를 합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의는 예정대로 열렸다. 기재위 전체 위원 26명 중 한국당은 10명에 불과해 청문계획서를 처리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이례적인 부분은 이런 제1야당 태도에 대해 민주당의 비판 수위가 평소보다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병원·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유감스럽다”고 했지만, 기재위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별다른 의견 표명이 없었다.
민주당은 국회가 파행 중인 상황에서 회의 참석방침을 번복한 것을 일정 부분 이해하는 한편, 한국당이 인사청문회 자체까지 보이콧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눈치다.
민주당 소속인 정성호 기재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 한 행사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인사청문회에 협조를 좀 해달라고 말했다”며 “나 원내대표가 오늘 기재위 참석은 어렵지만 인사청문회까지 안 한다고는 안 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당이 26일 열리는 인사청문회는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당도 기재위 연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회의가 강행된 것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기재위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정책의원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지도부의 방침은 일단 오늘 기재위 회의에 불참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민주당 일정대로 청문계획서를 채택할 것이고, 인사청문회에 참가하느냐 안 하느냐는 다시 방침을 정하겠다”고 했다.
◇나경원 “인사청문회, 국회정상화 연관…유보”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인사청문회 참석이 국회 복귀 수순이라는 해석이 쏟아지자 부담을 느끼고 기재위 회의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에 대한 사과·철회와 경제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얘기가 나오자, 국회정상화 전까지는 인사청문회 참석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에게 “아직 국회정상화가 안됐다”며 “인사청문회에 확실히 참석하겠다고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불참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세청장·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강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하겠다”며 “인사청문회 절차 논의 자체와 국회정상화는 별개”라고 했다.
한국당은 이런 행보가 ‘오락가락’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전략의 일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자가 공개되니 마치 우리가 국회에 복귀하는 것처럼 해석하고 오해한다”며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회고 국회정상화는 국회정상화인데 하나로 묶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국회정상화에 대해 여야가 협상 중이니 잠시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