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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이른바 신한금융의 ‘남산 3억원 의혹’ 사건 재수사에 나섰지만 돈의 수령자와 명목을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다만 신한금융 사건과 관련한 위증 혐의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재판에 넘겼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권고 내용에 대해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실무자인 전·현직 직원 3명을 약식 기소했다.
검찰은 반면 과거사위의 수사권고 대상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 8명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17대 대선 직후 이백순 전 행장이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해 2008년 2월 서울 남산의 한 주차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에게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이 의혹은 지난 2010년 라 전 회장 및 이 전 행장 측과 신 전 사장 측이 경영권을 두고 서로 대립하며 고소·고발전을 벌인 이른바 ‘신한 사태‘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검찰은 당시 이 전 행장의 지시로 박모 신한은행 비서실장 등이 남산 주차장에서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이 전 행장이 지정한 차량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 전 비서실장이 돈가방 수령자의 인상착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는 데다 이상득 전 의원과 보좌관은 수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돈의 수령자 등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전 행장은 남산 3억원 의혹이 날조라고 주장하며 관련 사실을 함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과거 검찰 수사팀이 남산 3억원 의혹 수사를 미진하게 했다고 볼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 검찰 수사팀이 남산 주차장 현장검증과 관게자 대질조사 등을 진행했지만 이 전 행장 등이 날조라며 강하게 부인해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팀이 이 전 행장의 휴대전화 압수 등으로 통화내역을 확인하지 않은 건 고소시점이 사건 발생 시점인 2008년 1월에서 2년 6개월 이상 지나 통화내역 조회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 전 행장 등의 주거지와 휴대폰 및 이동식 저장장치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이 전 행장에 대해 2009년 4월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존재를 알고도 2010년 9월 신한은행 고소 직전까지 몰랐다고 위증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당초 과거사위 수사권고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번 수사과정에서 위증 혐의가 나타났다.
신 전 사장은 남산 3억원의 보전을 사전에 지시하고도 “남산 3억원 보전 사실을 사후에 보고 받았고 2008년 경영자문료 증액은 이 명예회장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 참석 때문”이라고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조사 결과 경영자문료는 이 명예회장과 무관하게 조성돼 신 전 사장이 상당액을 사용하고 비서실을 통해 전적으로 관리 및 집행한 자금이었다.
검찰은 라 전 회장에 대해선 남산 3억원 전달을 지시한 증거나 경영자문료 존재를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