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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형소법에 국선변호 역할 커지는데…밀린 보수만 3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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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6.08.13 08: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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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선변호료 미지급액 2020년 5억→지난해 298억
5년 새 약 60배 급증…지난해 기본보수도 55만원에 그쳐
강력범죄 피해자까지 국선 지원 확대…사건·업무 증가 전망
김상훈 의원“예산 제자리인데 역할만 확대…방어권 보장 공허”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오는 10월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법원이 일반 국선변호인에게 지급하지 못해 다음 해로 넘긴 보수만 지난해 약 300억원에 달할 만큼 국선변호 제도는 이미 심각한 예산 부족을 겪고 있다. 국선변호 지원 대상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역할에 걸맞은 예산 확충과 보수 현실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국민의 실질적인 변호인 조력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13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선변호료 미지급 이월집행액은 2020년 4억9739만원에서 지난해 297억5369만원으로 약 60배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4억7556만원이었던 미지급 이월액은 2022년 28억1492만원으로 뛰었고 △2023년 94억8563만원 △2024년 225억6592만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300억원에 육박했다.

고령이나 빈곤 등의 사유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사건이 매년 8만 5000~9만건 수준에 이르는 가운데 예산이 실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미 수행한 사건의 보수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각급 법원의 수요를 조사해 국선변호인 관련 예산을 확보한 뒤 각 법원에 나눠 배정한다. 하지만 예산 총액이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선변호인 선정 건수가 늘면서 미지급액이 빠르게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일반 국선변호인의 기본보수 역시 지난해 말 대법관회의 의결 기준 사건당 55만원이다. 국선변호 업무 상당수가 구속 피의자·피고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사사건으로 접견과 기록 검토, 공판 준비 등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업무량에 비해 보수가 낮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회에서도 보수 현실화를 추진했지만 실제 예산 반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일반 국선변호 기본보수를 55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리고, 2008년 이후 동결된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도 월 100만원 인상하는 내용 등을 담은 예산안을 의결했지만 최종적으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선변호 관련 지출 규모 자체는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일반·전담 국선변호인 수임료 집행액은 △2020년 580억 7900만원에서 △2021년 581억 3300만원 △2022년 605억 8600만원 △2023년 652억 8500만원 △2024년 698억 720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일반 국선변호료 533억 7200만원, 전담 국선변호사 보수 242억 9500만원이 각각 집행됐다.

문제는 앞으로 국선변호인의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수사 단계에서 사건 당사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특히 경찰의 불송치 결정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사건 당사자에게 국선변호 제도가 실질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선변호 지원 범위 자체도 넓어진다. 국회는 살인·강도·조직폭력 등 특정 강력범죄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중대범죄 피해자의 법률 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지원 대상 확대에 따라 사건 수와 업무 부담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국선변호 제도의 외연만 확대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변호인 조력의 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수백억원의 보수가 미지급된 상황에서 사건 수까지 늘어나면 국선 사건을 맡으려는 변호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피의자·피고인과 피해자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국선변호 제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 대상 확대와 함께 예산 증액과 보수 현실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미 발생한 보수 미지급 문제를 해소하고 향후 사건 증가분까지 반영한 안정적인 예산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선변호인 보수 미지급이 5년 만에 6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사실상 국가의 책무 방기이자,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신호”라며 “예산은 제자리인데 사건과 역할만 늘어나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방어권 보장은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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