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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A씨와 막내 여동생은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큰 오빠는 대학을 졸업한 뒤 몇 군데 직장을 다니다 오래 버티지 못했고 다른 일 없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한다. 성격이 무난했던 A씨의 오빠는 부모님과 큰 갈등 없이 지냈고, 결혼 이야기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삼 남매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고, 마침 A씨의 오빠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아버지 간호를 도맡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저희 자매는 일과 육아에 쫓겨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게 늘 죄스러웠지만, 그래도 오빠가 곁을 지켜드리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A씨와 어머니, 오빠, 여동생이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재산을 정리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아버지는 예금 2억 원과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이미 2년 전에 오빠의 이름으로 명의가 넘어가 있었다”며 “그때는 이미 A씨의 아버지의 치매 상태가 진행된 시기”라고 했다.
이어 “오빠는 ‘아버지가 자신을 돌봐준 보답으로 주신 것’이라며 그 집은 상속 재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저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온전한 정신이 아니셨던 아버지의 결정이었다는 것을 어떻게 믿어야 하냐. 평생 우애 좋던 삼 남매가 아버지의 유산을 두고 이렇게 얼굴을 붉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들은 임수미 변호사는 “아버지가 장남에게 미리 집을 증여했을 때 치매로 판단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그 증여는 무효가 돼 상속 재산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아버지 진료 기록이나 증인 진술 등을 통해 당시 인지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아버지가 온전한 정신으로 증여했더라도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임 변호사는 “장남이 아버지의 생전에 받은 재산은 법적으로 ‘특별수익’으로 간주해 상속분 계산 시 그만큼 공제된다”며 “따라서 장남이 혼자 집을 차지하고 있다면 다른 형제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증여가 무효일 경우 집의 분할을 요구하고 그동안의 부당한 이익에 대한 보상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