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정선아(40)의 표정에선 미소가 가득했다. 최근 열린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이프덴’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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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복귀를 위해 편한 길을 택했어도 되는데, 대사도 노래도 많은 어려운 작품을 하는 게 맞는지 생각이 많았죠. 대사도 잘 안 외워져서 많이 울기도 했고요. 잠도 못 자면서 올린 공연이었는데,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좋아서 뿌듯해요.”
‘이프덴’으로 성공적으로 무대에 복귀한 뒤 정선아는 지난 한 해 동안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했다. ‘멤피스’에서는 60년대 미국 멤피스의 클럽을 휘어잡은 가수 펠리샤 역으로 변함없는 가창력과 춤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현재 공연 중인 ‘드라큘라’(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는 주인공 드라큘라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미나 역으로 애절한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정선아의 ‘드라큘라’ 출연은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약 10년 만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 흐른 만큼 정선아의 작품 해석도 더욱 깊어졌다. 10년 전엔 이해하기 힘들었던 인물의 감정을 조금 더 알게 됐다. 정선아는 “초연 때는 연기에 있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그때는 약혼자 대신 드라큘라를 선택하는 미나가 나쁘다고만 생각했다”라며 “지금은 전생에 대한 판타지라는 점에서 미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무대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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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경험하면서 뮤지컬을 대하는 정선아의 태도는 달라졌다.
“‘이프덴’의 엘리자베스처럼 지금은 뮤지컬에서 저와 닮은 캐릭터는 조금 더 평범해진 것 같아요. 작품 선택 기준도 바뀌었어요. 이제는 작은 역할이더라도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역할이면 좋겠어요.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싶어요. ‘정선아가 저런 것도 할 수 있나?’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요. 소극장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관객과 더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작업도 하고 싶고요.”
어느새 22년 차 뮤지컬배우가 된 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정선아는 바쁜 공연 스케줄 속에서도 동료 및 선후배 배우들의 공연을 빠짐없이 찾아가 응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정선아의 롤모델은 뮤지컬 1세대 배우 최정원이다.
“나이가 들어도 무대에서 멋진 모습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감사함을 느껴요. 그분들 덕분에 저 또한 아이를 낳고도 이렇게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죠. 할 수 있는 한 무대에 계속 서면서 뮤지컬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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