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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영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산재급여 부정수급이 폭증할 수 있고, 산재보험이 특정 업종 대기업 노조의 복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 산재 추정 원칙 규제심사 앞둬
3일 관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고시 개정안을 수정해 국무조정실 규제심사에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은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특정 직업군 근로자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발병할 경우 별도 조사 없이 산재로 추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시 말해, 조선·자동차·타이어 등 특정 업종, 용접공·도장공·정비공·조립공 등 직종에서 1~10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목·어깨·허리·팔꿈치·손목·무릎 6개 신체 부위에 회전근개파열·건초염과 같은 질환이 발생하면 근무 연관성에 대한 현장 조사 없이 산재로 추정한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재해자의 산재입증 책임에 관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재해자가 산재에 관한 자료나 정보 등을 확보해 입증하는 것이 어려워 산재로 인정받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산재로 인정받을 때까지 치료비 부담, 일을 하지 못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고용 불안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유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규제심사를 받기 전 이번 고시에 적용될 일부 직종과 상병을 제외했다”며 “산재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질병과 근무 연관성 확인이 쉽지 않은 부분을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정된 개정안은 어깨 회전근개파열의 적용 직종서 조경공과 철근공을 뺐고, 주로 다치는 부위에 동반되는 동일부위 상병 일부가 빠졌다.
고용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근골격계질환 산재 처리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근골격계질환 신청 건수가 1만2400여건에 달했지만, 구속력 없이 지침 형태로 운영되는 추정의 원칙 처리 건수는 3.6%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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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7년 약 5000건에 불과했던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은 5년 만에 약 7000건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것도 이유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령화로 조선, 자동차 등 종사자가 장기간 근속하다 보니 업무 관련 질병이 많아지면서 근골격계질환 산재 신청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근로 연관성 증명할 길 없어…부정수급 폭증할 것”
그러나 경영계에선 근골격계 질환의 추정 원칙이 산재급여에 대한 부정수급을 부추기고, 특정 사업장에 대한 낙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정 업종에 일정 기간 근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산재를 인정하면 근로자의 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증명할 방법도 없고, 기업에서 산재를 줄이려는 노력에도 산재 신청과 승인이 계속해서 발생해 정부 제재와 감독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관계자는 “기업이 현장에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도 앞으로는 해당 직종에서 일정 기간 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산재를 인정받게 되는 셈”이라며 “집에서 가사일을, 취미생활로 등산을 하다가 다쳐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어 상병과 산재보험의 업무 관련성과의 경계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특히 산재보험이 일부 자동차·조선 등 대기업 노조를 위한 복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는 “고용부는 기존 산재 신청이 많은 업종 위주로 선정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조선·자동차 등의 대기업 노조는 업무부담 정도와 상관없이 산재 신청을 많이 낸다”며 “오히려 산재에 취약한 업종은 따로 있을 수도 있는 만큼 객관적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