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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개발 전문가인 한 신임 부회장은 리더십과 역량 면에선 정평이 난 인물이다. 2017년 11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TV사업을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시킨 게 이를 극명하게 방증한다. 어떤 난관도 극복해왔다는 의미에서 삼성 사람들은 그에게 코뿔소란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재계 핵심 관계자는 “포부가 큰 인물”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세트 사업의 새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IM 부문의 혁신을 접목, CE 부문을 더 스마트하게 끌고 가고자 기술적 통로를 마련하려는 것 같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셈”이라고 했다.
‘반도체 도사’ ‘소통의 달인’ 등으로 불리는 경 사장은 기회를 실력으로 잡아낸 대표적인 인사 사례다. 삼성전자에서 플래시개발실장·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지내며 반도체 개발을 주도해오다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엔 좌천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그는 실력으로 모든 걸 증명해냈다”고 했다. 삼성 측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 역대 최대실적을 견인하는 경영역량을 인정받은 리더”라고 했다. 물론 경 사장 앞엔 삼성을 시스템반도체까지 정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놓여 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 국면에서 부문장들을 교체한 건 매우 공격적 인사”라며 “삼성전기 대표를 DS 부문장에 앉힌 건 (대만 TSMC가 강점을 보이는) 패키징 기술을 삼성전자에 이식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고 했다.
사실 이들 ‘투톱’보다 더 주목받는 인사는 정현호(61) 사업지원 TF장(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삼성전자·관계사 간 공통이슈 협의, 시너지·미래사업 발굴 등 핵심 역할을 부여받으며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업지원 TF의 위상이 더 높아진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사업부문별로 쪼개진 3개 TF를 하나로 묶는 구상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