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청문준비 사무실 첫 출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생각”이라며 이같은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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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동안 워킹그룹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돌아보고 필요한 조처를 취하겠다”며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킹그룹의 틀에 갇히기 보다, 북한 개별관광 등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안은 자율성을 갖고 독자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정치인의 강점인 상상력과 소통 능력을 통해 막힌 남북관계를 뚫겠다도 강조했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관료, 학자 출신인 통일장관의 한계를 지적해 왔다. 그는 “정치가 가진 장점 중 하나가 상상력”이라며 “정치인은 늘 싸워도 소통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기회가 많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에서 막힌 것을 뚫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도발 가능성을 내비친 부분에는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북, 북미 간 대화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내정 직후 밝혔던 ‘평화의 노둣돌’의 첫 출발로 냉랭해진 남북관계의 대화 복원을 들었다. 그러면서 “지체없는 인도적 교류협력과 남북 간 합의 실천이 자신이 놓고 싶은 노둣돌”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추진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야당과는 많은 대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통은 설득이 되지 않더라도 반드시 전제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며 “특히 남북관계와 관련된 문제만큼은 이해와 공감이 없더라도 반드시 먼저 (야당과) 소통하고 어떤 장관보다 더 많은 대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통일장관에 내정된 이 후보자는 앞으로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해 통일부 실무부서로부터 수시로 현안을 보고받으며 인사청문회를 준비한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임 후보자는 임기 시작 전부터 어깨가 무겁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달 초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정부의 대처에 반발하며 남북 간 통신선 차단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강수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