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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는 25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앞으로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 문제 등을 폭로한 지 18일 만이다.
이 할머니의 폭로 이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이 경기도 안성 할머니 쉼터를 비싸게 샀다가 낮은 가격에 팔아 기부금을 손실했다는 지적과, 기부금 사용 지출 증빙 서류를 내지 않는 등 회계 운영을 부실하게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 할머니는 지난 1차 기자회견 이후 전개되는 현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의연의 부정회계 의혹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기부금 손실 의혹 등에 대해 이 할머니는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조사는 검찰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전날 펑펑 운 까닭은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가 운영했던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하고 정신대하고 어떻게 같나”라며 “어저께 저녁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대협은 정신대 문제만 해야 하는데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에 고명처럼 사용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 전날 한 숨도 못 자고 자다 일어나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지난 2018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정대협의 통합 과정에서 정신대와 위안부 문제를 통합해 운영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도 정대협에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김복동 할머니는 한쪽 눈만 조금 보이는데 미국으로 어디로 끌고 다니면서 이용해 먹었다”라며 “(윤미향은) 뻔뻔시리(뻔뻔하게) 묘지에 가 가지고 가짜 눈물을 흘립디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정대협에서 위안부를 이용한 건 도저히 용서 못합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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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이 과거 할머니들을 내세워 모금을 했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할머니는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증언한 직후인 1992년, 윤 당선인이 한 농구경기에서 모금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할머니는 “ 윤미향이 모금하는 것을 저는 봤다. 농구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가서 모금을 하더라”라며 “저는 좀 부끄러웠다. 농구 하면서 (선수들이) 이기려고 애를 쓰는데 거기 버젓이 앉아서 돈을 걷어서 받아 나왔다”라고 울먹였다.
하지만 배가 고프니 맛있는 것을 사달라는 할머니들의 요청에 윤 당선인은 “돈 없다”며 잘라 말했다는 것이 이 할머니의 설명이다. 이 할머니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빨리 생각이 안 나지만 그것 말고도 엄청나게 이용당한 것이 많다”고 토로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방안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
하지만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1차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가 “앞으로 수요집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올바른 역사교육 없이 사죄와 배상만 외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일 뿐 위안부 문제 해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데모(위안부 운동)’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지, 끝내자는 건 아니다”라며 “위안부 문제의 사죄와 배상은 천 년이 가고 만 년이 가도 반드시 일본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사죄 배상은 무엇 때문에 하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친하게 지내면서 올바른 역사 공부를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우리 학생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발언과 질의를 마친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회견장 밖을 나가자 회견장에 모인 시민들이 “할머니 힘내세요”, “할머니 건강하세요” 등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