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조선업체 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서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증권가 전문가들은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조선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크레딧 시장에서는 여전히 조선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텅 빈 곳간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 주가는 올 들어 80% 가량 급등했다.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도 각각 28%, 17% 상승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중심으로 수주 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이다.
조선사들도 수주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중 올해 수주 목표의 36% 수준인 60억달러(약 6조 4000억원) 규모의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77억달러(약 8조 3000억원)에서 82억달러(8조 80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잇따른 수주 소식에도 조선사 신용등급은 요지부동이다. 대우조선해양은 ‘CCC’, ‘B-’로 투기 등급까지 내려갔고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BBB+, A-에 머물러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잇따른 신규 수주 소식에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방향성에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채무 상환능력을 보는 신용평가 관점에서는 재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부족한 수주 잔고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4년 90조원이 넘었던 수주잔고는 작년 9월말 기준 39조원대로 축소됐다. 이익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가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달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26으로 지난해 하반기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영규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수주잔고 부족으로 올해 매출 20~30% 감소와 일부 영업적자가 이미 예고된 상황”이라며 “공급과잉 문제와 해양플랜트 경쟁 심화, 환율·유가 변동성 등 영업 환경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올해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태여서 신용도 상승을 이끌만한 재무 개선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동성 대응 능력이 강화된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회사채 대신 각각 1조 5624억원, 9065억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산업은행 지원으로 채무를 재조정한 상태다. 이 연구원은 “올해 만기되는 회사채 상환 부담은 줄었지만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 전자단기사채와 사모사채 등의 롤오버(연장)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며 “신규 수주 증가와 손실폭 관리 등에 따라 차별화되는 업체별 대응력이 모니터링 요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