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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한국은행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올릴 게 거의 확실해졌다. 최근 인상 신호를 거듭하면서, 올리지 않으면 더 이상한 형국이 되고 있다.
다만 더 주목되는 건 내년 이후 경로다. 물가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인상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은, 이달 금리 인상할듯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저성장 저물가에 대응해 확대해 왔던 통화정책 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조성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그러면서 내세운 건 △잠재성장률(2.8~2.9%) 수준의 성장세 △목표(2.0%) 수준의 물가 오름세 등이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세계 경기 회복으로 상품수출과 설비투자의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민간소비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아울러 국내총생산(GDP)갭률도 내년 하반기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점쳤다. GDP갭은 잠재 GDP와 실질 GDP의 차이다. 경기가 얼마만큼 과열 또는 침체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GDP갭률이 플러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있다는 의미다. 최근 GDP갭률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 왔다.
한은은 “수요 측면에서 마이너스 GDP갭률이 점차 해소되고 고용시장 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명목임금의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신호로 읽힌다. 전날 ‘중립 인사’로 꼽혔던 함준호 금융통화위원마저 매파(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드러낸데 이어 이날도 비슷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대외 여건 측면에서도 인상을 미루기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다음달 인상이 유력한 만큼 한은이 선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금융권 한 인사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한 만큼 한은도 마냥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면서 “추후 국내 경제의 성장세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추후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하는(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당장 오는 30일 금통위 때 연 1.25%에서 1.50%로 올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채권금리가 국고채 3년물 같은 중단기물을 중심으로 급등한 게 그 흔적이다.
◇‘저물가 미스터리’ 변수로
다만 문제는 내년 이후다. 미국 연준이 최소한 두 번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은도 동참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 변수로 주목받고 있는 게 ‘저물가 미스터리’다. 최근 경기가 좋아도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경제계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다.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채택하는 중앙은행은 곤혹스러운 처지인 것이다. 저물가 하에서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상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은이 이날 보고서에서 통화정책 고려사항 중 맨 앞에 ‘성장과 물가간 관계 변화 및 원인’을 배치한 것도 이런 고민이 녹아있다.
한은은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1% 중반에서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며 “성장과 물가간 관계를 약화시킨 구조적 요인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금통위원들에게도 난제 중 난제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성장과 물가간 관계가 약화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딜레마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위원은 “통화당국이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 합당성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