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 동양생명 인수]중국에 門 열린 한국금융…140조 '메기'

정다슬 기자I 2015.06.10 18:01:35
그래픽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중국 안방보험이 10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양생명 인수 승인을 얻어내면서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회사 인수 교두보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금융자본의 한국 금융사 인수는 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며 “중국 유동성이 과잉인 데다가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권장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우리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인수 거부할 법적 근거 없어

이번 중국 안방보험의 인수 승인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금융 상호·호혜주의(양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이익을 주고 받음) 원칙이다. 그러나 중국 안방보험은 이번에 동양생명 지분 63%를 취득한 반면, 중국 금융당국은 외국기업들이 취득할 수 있는 중국 보험사 지분을 최대 50%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상호·호혜주의에 따라 지분인수 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외국자본이 직접 국내로 들어와 금융회사를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재량권을 발휘할 여지가 있으나, 대주주 변경에 대해서는 정해진 요건을 지키면 승인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업법과 국제조약인 세계무역(WHO)협정 금융분야 모두 상호·호혜주의로 외국자본의 국내 보험사 지분인수를 배제한다는 조항이 없다.

다만 한국 금융권에 진입한 이상 안방보험 역시 동양생명의 대주주로서 국내 금융당국의 지도·감독을 받게 된다. 이 과장은 “외국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건전성, 투명성 등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방보험그룹은 중국에서는 비상장회사로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성장 과정에서 중국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 한·중 합작 시너지 효과 노릴 듯…M&A ‘큰손’ 부상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인수가 당장 우리나라 보험업계의 지형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 생명보험업계는 이른바 빅3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의 시장점유율이 40% 후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양생명의 시장점유율은 7% 정도로, 역마진 우려가 큰 고이율 저축성 보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문가들은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계기로 사업전략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최대규모인 600만명을 돌파한 데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외국인(한국계 중국인+중국인) 역시 4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판매 등 틈새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안방보험은 은행, 손해보험, 생명보험, 자산운용사, 보험대리점 등 10개 자회사를 거느린 종합보험사이다. 이들 자회사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형태로 다양한 복합상품군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한화·교보생명 계열 금융그룹은 은행을 갖지 못한 반면 안방보험그룹은 은행을 소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안방보험이 다른 중소형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은행, 증권, 자본시장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뉴욕 맨하튼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비롯해 네덜란드 보험사 비밧, 벨기에 보험사 피데아, 벨기에 은행 델타로이드 등을 인수하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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