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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2019~2023년 500개 이상의 중국 정부 문서를 자체 검토한 결과,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키밍’(Qiming)이라는 해외 전문인력 및 엘리트 유치·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키밍은 2019년부터 중단된 ‘천인계획’(TTP·Thousand Talents Plan)을 이름만 바꾼 대체 프로그램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정부 등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해외 전문가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시행됐던 천인계획은 산업스파이 논란이 일며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중단됐다.
소식통들은 “중국 정부는 기술 숙련도를 가속화하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이름과 형식으로 이 계획(천인계획)을 조용히 부활시켰다”며 “반도체와 같은 민감하거나 기밀인 영역을 포함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주로)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치밍을 통해 선발된 지원자 대부분이 미국 명문 대학을 졸업했고 최소 하나의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며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하버드, 스탠포드 대학에서 훈련받은 과학자들도 모집 대상”이라고 말했다.
키밍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되는 해외 인력에겐 주택구입 보조금과 300만~500만위안(약 5억 5000만~9억원)의 계약 보너스가 지급된다. 천인계획과 다른 점은 유치한 인재 규모 등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정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스파이 논란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중국이 물밑에서 해외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산업 부문에서 미국과 유럽 등의 규제 압박이 심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규제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나온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행하며 반도체 관련 핵심 인력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중국 내 첨단 칩 개발·생산을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 업계는 올해 엔지니어와 칩 설계자를 포함해 약 20만명의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