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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탈(脫)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행 회의’를 열고, 차세대형 원전 개발 및 건설을 지시했다. 그는 회의에서 “차세대형 혁신 (원자)로 개발·건설 등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항목이 제시됐다. 연말에 구체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를 가속도해달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가, 이후 새 기준을 충족한 원전에 한해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왔다. 지금까지 재가동을 신청한 원전은 전체 33기 중 25기로 이 중 17기가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원전 재가동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갈려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정기검사, 안전대책 공사 등으로 실제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6기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올 겨울엔 원전을 최대 9기 가동할 것”이라며 일본 전체 전력 생산의 약 10%를 원전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내년 여름 이후에는 심사를 통과한 17기의 원전을 전부 가동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목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원전 운전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를 지시했다. 일본은 원전 운전 기간을 원칙적으로는 40년, 원자력규제위의 안전심사 후 승인을 받으면 최장 60년까지 운전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심사가 짧아도 수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어 이 기간을 운전 기간에서 제외토록 하는 등의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외에도 올 겨울 또는 내년 여름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현재 운전 중단 상태인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우선적인 방침으로 정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현재까지 재가동한 이력이 있는 원전은 총 10기이며, 기시다 총리가 올 겨울 가동하겠다는 9기도 이에 포함된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 회의에서 내린 다양한 지시는 원전 신설·증설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현재의 정부 방침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한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당장 시급한 전력난 해소에 더욱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력 수급은 올해 3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강진으로 일부 화력발전소가 정지한 이후 매우 빡빡해졌다. 강진 발생 직후 도쿄 등 수도권에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고, 수도권과 도호쿠(동북) 지역에 전력 위기 경보가 내려졌다. 지난 6월에는 이른 무더위에 첫 전력수급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또한 일본은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 화석연료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일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원전 1기 가동시 LNG 사용량을 약 100만톤(t)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