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위 10%가 전체 부의 76% 소유…“불평등은 정치적 선택"

장영은 기자I 2021.12.07 18:11:56

세계불평등 연구소 보고서…사회·경제적 불균형 측정
현대의 불평등 제국주의 절정기와 비슷
경제 성장으로 국가 간 격차↓ 내부 격차는↑
성별 불평등 큰 개선 없어…탄소배출도 불균형 심각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전 세계 상위 10%가 전체 부(富)의 76%를 소유한 반면, 하위 50%는 전체 자산의 2%를 나눠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의 불평등은 제국주의 절정기인 약 10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며, 부의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상위10%와 중위 40%, 하위 50%가 전 세계 소득와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료= 세계 불평등 보고서)


◇상위 10%가 전체 소득 50% 버는 동안 하위 50%는 8%에 그쳐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7일(현지시간) 소득, 부, 성별, 환경 등의 분야에서 사회 경제적 불균형을 연구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 대륙에 처져 있는 1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4년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부유한 10%가 전 세계 소득의 52%를 버는 동안 가난한 절반(50%)의 사람들은 전체 소득의 8.5%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가장 부유한 10%는 1년 동안 8만7200유로(약 1억2000만원)를, 가난한 50%는 2800유로(약 373만원)를 각각 벌었다. 31배 넘게 차이가 난다. 2021년 한 해 평균 구매력평가(PPP) 기준 성인 평균 소득은 1만6700유로(약 2천200만원)였다.

보유 자산의 격차는 더 컸다. 상위 10%의 평균 자산은 55만900유로(약 7억3000만원)였고, 하위 50%의 자산은 평균 2900유로(약 386만원)로 190배 차이를 보였다. 성인 평균 자산은 7만2900유로(약 9700만원)였다. .

소득 불평등이 가장 큰 지역은 중동·북아프리카(MENA)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8%를 차지했으며 평등한 유럽은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36%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3%를, 중남미에서는 55%를 차지했다.

국가의 전체적인 부의 수준과 국민의 소득의 불평등은 큰 연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국가 중 미국은 불평등지수가 높고 스웨덴은 비교적 평등하다는 것이다. 중·저소득 국가군에서도 브라질과 인도는 불평등이 아주 심했지만 말레이시아와 우루과이는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덜했다.

보고서는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이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곳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마다 다른 형태로 규제 완화 및 자유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상승은 획일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소득 상위 10위와 하위 50위 사이의 격차. 색깔이 진할수록 격차가 심하다. (자료= 세계 불평등 보고서)


◇국가간 격차 줄었지만 내부 불평등은 심화…性불평등 개선 더뎌

세계적으로 국가 간 소득 격차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감소하는 추세지만 국가 내부의 소득 격차는 커지는 흐름이다. 신흥국이 빠른 성장으로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국가 내부에서의 불평등은 여전하거나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소득 기준 상위 10% 국가와 하위 50% 국가의 평균 소득 격차를 비교해보면 1980년 53배에서 2020년 38배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국가 안에서 소득 상위 10%와 하위 50% 사이 격차는 평균 8.5배에서 15배로 거의 2배로 벌어졌다.

보고서는 “오늘날 전 세계 불평등 수준이 서구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었던 20세기 초와 가깝다”며, 1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세계 경제의 불평등을 되돌리기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성별에 따른 불평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고 있으나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근로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1%에서 2015∼2020년 35%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난 30년 동안 전체 근로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지만 중국에서는 여성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탄소 배출에서도 불균형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상위 10%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48%를 차지했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탄소 배출은 단순히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선 21세기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고소득층에 누진세를 적용해 이를 다시 교육과 보건, 환경 등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성 근로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진= 세계 불평등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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