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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vs 李 2라운드도 기승전 ‘대장동’ 공방…고성 난무

박태진 기자I 2021.10.20 18:18:39

“초과이익 환수 미포함” 배임 vs “추가의견 미채택”
심상정 “작은 이익 집착” vs 이재명 “환수 설계자 착한사람”
野 “도둑질한 사람 이재명” 李 “도둑은 국민의힘”
‘양의 탈 쓴 개’ 인형에 한때 파행…천공스님도 등장

[이데일리 박태진 김정현 이상원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과 경기지사로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간 대장동 공방이 온종일 이어졌다. 이틀 전 국회 행전안전위원회의 국감에 이은 2라운드였다. 이 후보는 국감 전 인사말을 통해 “국감은 인사청문회가 아니다”라며 “경기도와 관계없는 일은 가능하면 답을 못 드리더라도 이해 바란다”고 말하며 야당 의원들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초과이익 환수 미이행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으며 이 후보와 날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힘 “유동규 임명 지시했나” 이재명 “기억 안나”

이날 야당은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임명과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근무시 구성한 TF를 놓고 포문을 열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이 건축회사 운전기사 두달과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 경력이 전부인데 시설관리공단 임원이 됐다. 당시 황인상 성남시 행정국장이 공단 이사장 대행이었고,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임명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다”며 “이들에게 (유 전 본부장 임명에 대한) 언질이나 요청한 적이 없나”라고 따졌다.

이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이 공단본부장 임명 후 업무와 상관없는 기술지원TF를 꾸려 대장동과 위례신도시개발계획을 짰다. 공식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의 임명 과정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임원추천위원회 권한이었던 모양인데 그분에게 물어봐라”라고 답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이 TF를 구성한 것은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한 환수계획을 유 전 본부장 개인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며 “성남시에는 도시개발사업단에서 했다. 유동규에게 그런 정도 역량 있으면 내가 사장을 시켰을 텐데 내가 마지막까지 사장을 안 시켰다”고 했다.

이날 최대 쟁점은 초과이익 환수 미이행 건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것(삭제)과 관련,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가 아니라 ‘초과이익 환수 의견 미채택’으로 보도해 주시고 기존 보도는 정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국감 때 초과이익(환수) 조항 건의한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하루 만에 주어를 바꾸셨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는 “바꾼 일이 없다. 이번에 언론 보도를 보고 초과이익 환수를 삭제했다고 해서 자세히 보니, 삭제가 아니고 응모·공모가 끝나고 협약하는 과정에서 일선 직원이 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간부들 선에서 채택하지 않았다는 게 팩트”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공방 뒤, 국감 정회 중 페이스북에 ‘팩트 체크…언론 보도 정정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 후보는 “2015년 당시 이것이 문제 된 바 없고, 이번에 언론 보도로 드러난 새로운 사실”이라며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처음부터 없었으니 삭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이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沈 vs 李’ 대선후보 간 맞대결

이날 국감에서는 대선 후보들 간 맞대결도 성사됐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임대아파트 25%, 초과이익 환수 조항 등을 넣어 공익을 추구할 수 있었는데 다 포기했다”며 “큰 도둑에게 다 내주고 작은 확정이익에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 1조원에 달하는 국민 손실이 민간 특혜에 동원된 것”이라며 “어떤 시민이 ‘돈 받은 자는 범인인데 설계한 자는 죄인이다’는 것을 꼭 말하라고 했다. 강제수용 당한 원주민과 바가지 분양가가 적용된 입주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후보는 “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은 도둑이 맞고 공익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맞섰다. 또 “대한민국 지방 행정사에서 민관합동 개발을 통해 공공으로 1000억원 단위로 환수한 사례가 없다. 20년이 넘도록 전국 도시개발사업으로 환수한 게 1700억원 밖에 안된다”며 작은 확정 이익에 집착한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도둑’ 공방도 벌어졌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도둑질 한 사람은 이재명”이라고 하자, 이 후보는 “도둑은 국민의힘”이라고 맞받아쳤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이 지사가 갖고 나온 피켓 문구 ‘돈 받은자=범인, 장물 나눈자=도둑’을 언급하며 “증인(이 후보)께서 도둑맞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도둑이라고 하는데, 도둑질을 교사하거나 도둑질한 사람은 뭐라 하나. 그게 이재명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도둑질 시킨 사람은 교사범이고 도둑질 한 사람, 그게 국민의힘”이라며 “나는 도둑질을 못하게 막은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간 개발을 해서 민간업자들이 엄청난 이익을 취하게 강요한 게 국민의힘이고 막은 게 저다”고 덧붙였다.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야당 간사인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을 공공의 탈을 쓴 개발이라고 주장하며 양의 탈을 쓴 강아지 인형(양두구육 의미)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송석준 ‘양두구육’ 강조 인형에 與 “창피해 죽겠다”

이날 국감은 오후 한때 파행을 겪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양의 얼굴 가면을 씌운 불독 인형을 올려 놓고 질의에 나섰다. 이 후보에게 제기된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겨냥해 겉과 속이 다름을 일컫는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의 의미를 부여한 인형이다.

이에 여당은 거세게 항의했다. 회의 진행을 방해할 소지가 있는 피켓이나 물건 등은 가져오지 않기로 여야 간사 간에 합의해 놓고도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뭐하는 것이냐. 창피해 죽겠다”, “품위를 떨어트리는 것 안 하기로 했잖냐” 등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결국 이날 감사반장을 맡은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0여분 간 정회한 후 속개했다.

이 후보는 “본인들 얘기를 한 것 같았다. 양두구육이 바로 당시 민간개발을 극렬히 막고는 이제 와서 ‘공공개발을 왜 안 했느냐’, ‘(개발이익) 100% 환수 왜 안 했느냐’며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말해서 본인들 얘기를 보여주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천공 스님도 등장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 “천공스님이나 침을 놓는 분을 옆에 놓고 향후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 조언을 받았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언급하자, 이 후보는 “(천공스님을 알고) 그 정도 됐다면 대한민국 돈을 다 벌었을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이밖에 이날 국감에서는 이 후보의 답변이 길어지는 기미가 보이면 야당의원들은 “짧게 대답해달라”, “제 시간 까먹지 말라”라고 언성을 높였고, 여당 의원들고 이 후보를 적극 엄호하며 고성이 오갔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응천(가운데) 감사반장과 송석준(오른쪽) 국민의힘 의원,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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