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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 및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등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기업은 쿠팡·무신사·에이프로젠 등 11개가 있다. 이중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 심사 중인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경우 미국 CB인사이트에서는 이름이 빠진 상태다. CB인사이트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로, 벤처·스타트업 관련 투자 등 통계 전반을 다루는 곳이다.
국내 연도별 유니콘기업 누적 수는 △2014년 2개사 △2017년 3개사(1개사 증가) △2018년 6개사(3개사 증가) △2019년 11개사(5개사 증가)로 매해 신규 등극이 증가하던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단 한 곳도 유니콘기업에 등극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빠르면 내년까지 국내 유니콘기업을 20개사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상태다. 이에 관계부처인 중기부는 아기유니콘·예비유니콘 등 단계별로 유니콘기업 육성 정책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위해 추진 중인 ‘K-유니콘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잠재적 유니콘기업으로 선정된 벤처기업들이 특별보증과 정책자금 융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큰손’인 신규 투자자들이 민간 벤처투자 시장에 진입해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투자시장 자체가 움츠러들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1~3월 신규 벤처투자는 7463억원으로 전년 동기(7789억원) 대비 4.2% 줄어들었다. 그나마 바이오·의료 기업에 대한 1분기 투자액이 2244억원으로 전년 동기(1700억원) 대비 32% 증가했고, 정보통신 서비스 분야가 21.9% 늘면서 부분적으로 선방한 정도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흐름이 끊긴 건 맞다. 코로나19 영향이 있다고 본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빅딜’(Big deal)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투자를 받고 있으나, 대부분은 기존 투자의 후속투자를 받는 경우”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유니콘기업을 육성한다는 건 긍정적으로 보지만, 외부적인 도움이 필요한 기업을 발굴해 맞춤형으로 지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예비 유니콘기업으로 선정한 리스트를 보면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곳과 필요하지 않은 곳들이 섞여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민간 업계에서는 자금 지원 외에도 다양한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도입이다.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으로 막아놨던 CVC 제도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탈을 보유, 벤처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을 막기 위한 제한 장치를 두기로 해, 자칫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외부자금의 조달 없이 100% 모기업의 자본만으로 투자를 하게 하면 제한적인 투자에 그칠 수 있다”며 “오히려 외부자금이 들어와야 감시도 가능해 투자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창업 생태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정부에서 스타트업 대상으로 너무나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스타트업은 지원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여러번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재창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