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블록체인은 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과거에 없던 기회입니다. 전통 금융에서 이루지 못한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를 블록체인과 결합한 금융시장에서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타이거리서치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한국이 글로벌 전통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는 최소 1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전제는 속도감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규모는 연간 약 160조원에 달한다. 제도화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국내 자본이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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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설립된 타이거리서치는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리서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이용자로 추정되는 온체인 지갑군의 이용 패턴을 비식별·집계 데이터 형태로 분석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대기업 등 제도권 기관의 디지털자산 이해도를 높이고 시장 진입 판단에 필요한 데이터와 정보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가상자산 규모를 일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구축하고 글로벌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와 전략적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김 대표는 “큰 산을 오를 때 날씨와 지형, 안전한 경로를 잘 아는 셰르파가 필요하다”며 “타이거리서치는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기관의 셰르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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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디지털자산 업계에 뛰어들게 됐나.
△첫 직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입사했다. 이후 아마존웹서비스(AWS) 한국 사업 초기 멤버로 합류해 사업개발과 파트너 채널 업무를 담당했다. AWS에서 일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다음으로 정보기술 인프라를 바꿀 혁신이 무엇일지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주요 고객 가운데 하나였던 빗썸이 대규모로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블록체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아케고스캐피탈에 합류해 글로벌 클라우드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일을 했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다음 단계의 인프라가 블록체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2021년 아케고스캐피탈이 청산된 뒤 미국을 여행하며 실리콘밸리 기술업계 관계자와 월가 투자자들이 대체불가능토큰과 블록체인에 몰입하는 모습을 봤다. 이 시장에 분명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귀국 후 블록체인 산업에 관한 글을 쓰고 한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해외 기업을 자문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타이거리서치의 출발이다.
-타이거리서치를 설립한 계기는.
△처음부터 창업을 계획한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분야가 재미있어 혼자 글을 쓰고 해외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1인 사업 형태로 시작했다. 약 1년 뒤 이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해야겠다고 판단했고 대학 후배들과 함께 리서치 조직을 만들었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디지털 원장에 접속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높지만 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에는 큰 격차가 있다. 이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이 타이거리서치를 설립한 목적이다. 큰 산을 오를 때 날씨와 지형, 안전한 경로를 잘 아는 셰르파가 필요하다. 타이거리서치는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기관의 셰르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타이거리서치가 주력하는 사업은.
△크게 리서치와 온체인 데이터, 기업 자문 등 세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고객은 블록체인 재단과 기관으로 나뉘며 90% 이상이 해외 고객이다. 해외 기업이 아시아 시장에 자사의 사업이나 서비스를 알리거나 시장의 인식을 바꾸고자 할 때 함께 리서치를 발간한다.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이 내부·외부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분석 자료를 만들고자 할 때도 리서치를 제공한다. 타이거리서치는 밸리데이터나 투자 사업을 하지 않는다. 리서치를 근간으로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러 사업을 병행하기보다 리서치의 본질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자문 분야에서는 글로벌 컨설팅회사와 대형 회계법인 등과 협력해 기업과 금융기관에 디지털자산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기반 리서치에 집중하는 이유는.
△과거에는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기관이 온체인 데이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국세청과 경찰청, 금융기관 등이 블록체인상에서 자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파악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지갑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활용하면 한국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가상자산 규모와 이용 플랫폼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해외로 유출된 가상자산 규모를 약 160조원으로 추산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규모는 약 168조원이었다. 실제 수치와 상당히 근접한 결과였다. 이 같은 데이터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정책 판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체이널리시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나.
△체이널리시스는 글로벌 온체인 분석과 자금 추적 분야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국내에서도 경찰청과 국세청, 검찰청 등 주요 기관이 수년간 사용하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타이거리서치는 체이널리시스의 라이선스와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데이터 수집 역량에 날개를 단 것과 같다. 앞으로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탈취된 자산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불법 자금이나 자금세탁 가능성이 있는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외화가 얼마나 유출되는지 등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까지만 분석할 수 있었다. 이제는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자산이 다시 어느 지갑과 플랫폼으로 흘러가는지도 일부 분석할 수 있다. 정성적인 의견이나 주관적인 전망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리서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온체인 데이터는 정책이나 산업 활성화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온체인 금융이 제도권으로 들어올수록 자금이 누구에게 이동하고 어디에 사용되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적법한 사용처에서 이용되는지, 불법적인 목적으로 쓰이지 않는지, 자금세탁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이거리서치는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가상자산 규모를 일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거래소별 자금 유출 규모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는 자금뿐 아니라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의 위험성도 중요한 문제다. 여러 지갑과 플랫폼을 거치며 세탁된 자금이 국내 거래소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온체인 분석 역량을 활용하면 규제당국과 금융회사가 이 같은 위험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하는 온체인 금융의 변화는.
△과거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국가에서 판매하지 않는 자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이제는 온체인 거래소와 탈중앙화금융에서 기존에 접근하지 못했던 자산에 투자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 투자자는 자신이 확신을 가진 자산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국내 제도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수요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투자자는 해외나 온체인 플랫폼을 찾게 된다. 앞으로 증권거래소와 가상자산거래소는 세계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는 거래소와 브로커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동남아시아 등 금융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블록체인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못한 금융 소외계층에게 새로운 금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해외 자금 유출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국경이 없는 산업이다. 인터넷이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접속을 막더라도 가상사설망 등 우회 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향후 국내 통신망을 거치지 않는 인터넷 인프라가 확대되면 차단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벽을 쌓는다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을 열고 그 안에서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사업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차단은 시장을 없애기보다 음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온체인 데이터와 추적 도구를 활용해 불법 자금과 자금세탁을 관리하면서 시장을 양성화하는 방향이 국가에도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방향보다 속도다. 현재는 게임의 룰이 존재하지 않는다. 포지티브 규제 성향이 강하다 보니 허용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시도하기 어렵다. 미국과 일본은 디지털자산을 국가 전략의 일부로 보고 제도를 만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산업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산업을 최소화하려는 관점에서 벗어나 성장시키면서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3~4년 전만 해도 국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많았다. 지금은 실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올해도 기업들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 법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악법이라도 좋으니 기업이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룰부터 만들어야 한다. 규칙이 있어야 사업자가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을 통신사 주파수 사업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소수 사업자를 정해 장기간 사업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통신망은 국내에서만 사용되지만 블록체인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활용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발행할 것인지를 놓고 국내 사업자끼리 경쟁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실제 사용처가 없는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발행 주체보다 누가 활용처를 만들고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도 스테이블코인이 일상 결제에서 널리 사용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한국이 이미 골든타임을 완전히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기회가 있지만 더 이상 속도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
-최근 국내 전통 금융회사들의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과거 여러 차례 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제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지는 못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고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비중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과 한화 등 주요 금융그룹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역으로 도약하기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반 금융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전통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10% 이상이라고 본다. 한때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량이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한국은 큰 시장이다. 블록체인은 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과거에 없던 기회다. 전통 금융에서 달성하지 못했던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를 블록체인과 결합된 금융시장에서는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가 시장의 위험을 우려해 토큰화할 수 있는 자산과 사업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일부 자산만 허용하면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기 어렵다. 우량 자산이나 실제 투자 수요가 있는 자산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낮은 자산만 토큰화하도록 하면 사업자가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 카사코리아와 루센트블록 등 선도 기업들이 큰 포부를 갖고 시장을 개척했지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토큰증권 인프라 기업이 조 단위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국내에서 사업을 허용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가상자산을 해외로 옮겨 투자하고 창업자는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는 국가의 장기적인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책당국에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첫째로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봐야 한다. 시장을 작게 만들고 일부 사업자만 관리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이 성장하면서도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둘째로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규칙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규제 공백이 계속되면 국내 기업과 인재,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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