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재난관리법’에 인터넷 기업들 반대…SK센터 화재로 법안 탄력

김현아 기자I 2022.10.17 17:08:34

2년전 반대 이유는 ‘졸속’과 ‘역차별’…김도읍 위원장도 반대
배터리에서 스파크 SK센터 화재
전문가 "배터리 전기실 내부 설치 잘못"
LG 서초센터, 네이버 춘천센터와 달라
변재일, 조승래 데이터센터 재난관리 대상 포함법 발의
공공자산 쓰는 사업자와 다른 혜택도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민간의 데이터센터(IDC)를 정부의 재난관리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이 탄력을 받고 있다. 2년 전에는 박선숙 의원(민생당)이 발의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산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체감규제포럼 등 4개 단체가 처리 중단을 촉구했고, 구글도 인기협을 통해 반대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장기간 먹통이 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다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조승래 의원은 카카오 먹통 사태 방지를 위한 ‘데이터센터 재난관리법’을 17일 발의했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주)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반대 이유는 ‘졸속’과 ‘역차별’…김도읍 위원장도 반대

2년 전 박선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이었다.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건을 계기로 통신망이 얼마나 안전에 취약한지 확인되면서, 인터넷 서비스의 심장격인 데이터센터를 재난대비 계획에 포함해 화재로 문제가 생겨도 사회경제적 손실은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구체적으로는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의 대상이 되는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 즉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등을 포함하고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했다.

그런데, 네이버·카카오는 물론 구글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네이버 등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설비통합운용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는 건 기밀 유출이라고 맞섰다. 또, 발의된 지 64일 만에 과방위를 통과하는 등 졸속이라는 점과, 구글이나 MS 같은 외국계 기업은 건드리지 못하고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역차별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구글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입법에 관여했던 국회 관계자는 “당시 네이버 등은 민간 데이터센터사업자들도 재난대비 이중화 등에 대해 사전 점검을 받게 되면 부가통신사에 대한 규제가 세질까 걱정했고, 구글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당시 김도읍 의원(현 법사위원장)도 반대했다”고 기억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당시 법안은 정부가 민간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재난관리기본계획을 만드는데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협의해 사전에 대비한다는 수준이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국민의 일상이 얼마나 불편해지는지 확인된 만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판교 SK(주)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사진=방성환 의원(경기도 의회, 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그는 15일 오후 8시경 이기인 의원과 화재현장에 있다면서, 지금 90% 정도 화재진압되고 지하 잔불 처리 중에 있다고 적었다.


배터리에서 스파크…전문가 “전기실에 배터리 설치 잘못”

카카오 먹통 사태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일차 원인이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은 이날 오전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C&C 데이터센터 현장에서 2차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 결과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 배터리에서 지난 15일 오후 3시 19분쯤 불꽃(스파크)가 발생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 TV에서 확인됐다. 이어 배터리 중 1개에서 불꽃이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했고, 곧바로 자동소화 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되는 장면이 담겼다.

그런데, SK 데이터센터처럼 배터리를 전기실에 발전기(주전원장치)와 함께 두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IT전문가들 얘기다. LG유플러스 서초 데이터센터를 설계하는데 관여한 전문가는 “데이터센터에는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공급하기 전까지 전력을 보조하는 배터리와 유류저장고를 두는데 배터리와 유류저장고는 건물 외부, 즉 전기실 외부에 두는 게 원칙”이라면서 “SK판교 데이터센터가 전기실에 배터리를 둔 것은 화재 대응에서 크게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를 전기실 안에 두는 바람에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을 끄기 위해 소화가스 분사뿐 아니라 물까지 동원하게 돼 전원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서버가 있는 전산실까지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LG유플러스 서초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네이버가 2013년 준공한 강원도 춘천의 데이터센터 ‘각’도 배터리를 전기실 내부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 C&C 관계자는 “배터리 관리가 실수였다면 재난관리대응체계를 손봐야 한다”면서도 “화재 이후 1시간 이상 전원을 끄지 않고 대응했는데, 배터리에 붙은 불이 꺼지지 않아 소방서에서 살수(撒水)할 수밖에 없었고, 감전 위험으로 전원을 올리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데이터센터 재난관리 대상 포함법 발의…공공자산 쓰는 사업자와 다른 혜택도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 서비스의 심장인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대상에 포함할 때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든,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든 데이터센터와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재난관리 계획을 정부가 챙길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변재일 의원과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2년 전 법안과 유사하다. 모두 데이터센터 사업자, 주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재난관리 의무를 준다. 정부는 이들이 보호조치를 잘하고 있는지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들은 재난발생 시 정부에 신고해야 하며, 정부는 재난복구를 위한 후속조치를 지원할 수 있다.

변재일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 사업자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법안을 재추진해 국민께 송구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며 “이제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안으로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주요 데이터센터사업자와 주요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를 국가 재난관리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쓰는 방송사나 통신사와는 달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기업들은 민간에서 경쟁하는 사업자들인 만큼 대상사업자들이 공공성을 지킬 때 받는 혜택도 고려했으면 한다. 재난복구 후속조치 투자에 대한 세금감면 같은 게 있을 수 있다”면서 “구글이나 MS 같은 외국 기업들과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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