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13 주택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집값 교란 방지 대책도 포함했다. 최근 집주인의 호가 담합이나, 이에 편승한 중개업자의 가격 왜곡, 공동 시세조종 행위 등에 대해 별도 처벌 등 제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이 인터넷 카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호가 하한선을 설정하고 그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자고 담합하거나 저가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소를 이용하지 않기로 보이콧하는가 하면 저가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호가 끌어올리기에 나서면서 논란이 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호가 담합 처벌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일부에서 카페로 허위매물 신고하거나 가격을 담합하는 것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며 “그 사안에 대해서 굉장히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집값 담합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며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나 공인중개사법 등 관련법으로 이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관련 카페나 지역·입주민 카페에서는 호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단체 대화방 내에서도 호가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한 아파트 주민 P씨는 “현재 아파트 호가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면서 집값이 더 올랐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활발하게 오갔는데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호가에 대해 말하는 이들이 줄었다”며 “아무래도 처벌 규정을 마련한다고 하니 몸을 사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일부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호가 담합은 불공정거래행위인 만큼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게 맞다는 찬성론과 단속하기가 쉽지 않아 처벌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무용론이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호가 담합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규가 명확하지 않았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6년 거짓·과장으로 중개 대상물을 광고하는 행위에 행정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이 법안은 공인중개사가 올린 허위매물을 문제삼는 것이어서 집주인의 담합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공인중개사가 부녀회나 입주민대표회의와 결탁해 호가를 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담합의 가장 큰 주체는 집주인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를 규율해서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공정거래법이나 형법에 부동산 호가 담합에 대한 처벌을 특정해 넣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위매물을 검증하는 한국인터넷자율기구(KISO) 관계자는 “집주인들의 호가 담합을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인중개사법상 업무 방해를 적용할 수 있을 수 있는데 요즘 담합이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