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보다도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기촉법을 폐지하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통합도산법이나 사적 채무 재조정 과정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하는데 제도 시행의 혼란과 실효성 문제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윤석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서울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발표하고 채권단중심의 구조조정 체제가 선제적 구조조정의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기촉법은 워크아웃제도의 근거법규로 주채권은행 주도로 채무상환 유예, 신규자금 지원 등의 방안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하는 근거 규정이다. 이 법은 지난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4차례 연장되며 내년 8월까지 시한이 늘어났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워크아웃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관치 논란이 맞물리면서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혁신위 역시 채권은행 중심 구조조정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저해하고 민간 자본시장 참여 배제, 국책은행과 정부주도로 의사결정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혁신위는 기촉법의 편익과 비용을 자세히 고려해 시효연장 중단 여부를 결정토록 권고했다.
윤 위원장은 “될 수 있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회생절차에서 신규자금 공급과 상거래 유지 가능성 확보 방안 등을 포함하는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체제 구축 로드맵’을 작성하고 기업 구조조정 관련 법제의 정합성을 확보하라”고 말했다.이어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면 정부가 ‘산업경쟁력강화장관회의’을 통해 구조조정을 주도하되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보완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역시 현재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은 기업들의 자금조달방식의 다변화와 산업 구조조정 성격의 구조조정이 늘어나는 금융시장 환경에서 적합하지 않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이에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 프리패키지드 플랜(P-Plan·사전회생계획제도) 활성화 등 신 기업구조조정 방식을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촉법 폐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채권단과 채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요 옵션 중 하나인 만큼 이를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폐지에 따른 비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기촉법의 순기능을 기존 통합도산법 등으로 수용하거나 구조조정 전문 자본시장 플레이어를 육성하는 등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금융은 민간금융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문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의 범위를 재설정하는 한편 민간금융 주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당장 중단은 쉽지 않지만 앞으로 기촉법의 강제적 구조조정 기능을 법정관리로 규정하는 통합도산법으로 통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채권단 주도의 법정관리나 채권단 주도의 기업회생절차를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각적인 기촉법 폐지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파산법원 등을 설립해 법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치용 김앤장 변호사는 “법정 구조조정절차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신속성을 위해 파산법원을 설립해야 한다”며 “채권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영자관리인(DIP)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