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기습적인 조치에 실수요자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온라인 채팅방, 커뮤니티 등에선 갑작스레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의 반발이 커지고 급기야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자 결국 국토부는 시행을 사흘 앞둔 지난 18일 지침을 유예했다. 그럼에도 파장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면밀한 검토도 없이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사실상 철회하며 혼란만 자초한단 비판이 크다. 심지어 국토부는 이번 대출 축소 지침을 은행에 전달하면서 공문 한 장 없이 ‘구두’로 지시했다고 한다. 시중은행 사이에선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적 원성이 커지자 대통령실에서 나서서 막은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국토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한 후 주택 가액 등 대출 대상은 그대로 두면서 그동안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부분을 손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원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도 디딤돌 대출에 대해선 “대상을 축소하지 않겠다”고 꾸준히 밝혀 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렇게 대출 정책을 갑자기 바꾸는 건 처음도 아니다. 금융당국도 지난 7월 시행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두 달 연기했다. 7, 8월 가계대출이 폭증으로 치달으면서 규제 강화를 미룬 결과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