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급매만 나갑니다"…거래절벽에 매물만 쌓인다

하지나 기자I 2021.11.03 16:32:56

서울 일별 아파트 매물 건수 올들어 최고치
세종시 가온4단지 59㎡ 5.2억…올초대비 1.3억 하락
매수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관망세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갈아타기를 하려고 선매수 후 지금 집을 매도하려고 하는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잔금날짜가 다가오고 있어서 호가를 더 내려야할 지 걱정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가격 안내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감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일별 아파트 매물(매매·전세·월세)건수는 9만897건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정부가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데 이어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 거래마저 끊겼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에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는 “집을 내놓은지 2개월이 지났는데 2주에 한번 꼴로 집을 보러 온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뜸하다” “아파트값을 1억원이나 낮췄는데도 집이 안나간다”라는 고민글이 잇따르고 있다.

세종시 다정동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3일 5억2000만원(2층)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1월 6억5000만원(7층)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매물이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5억2000만원짜리 매물은 잔금일자가 빠듯한 급매물이었다”면서 “문의전화가 오긴 하는데 다들 급매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1258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의 경우 현재 온라인상 등록된 매물 건수는 109건에 이른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2단지 전용 44㎡의 경우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이 5억5000만원대에 호가되고 있다. 이는 직전 거래가 대비 2000만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1800가구에 이르는 이 아파트 단지 역시 매물 건수는 51건이다.

중계동 일대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 낀 매물의 경우 5억2000만원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예전에는 임대차3법 때문에 바로 입주 가능한 매물을 선호했다면 요즘에는 대출이 제한되다 보니 오히려 전세 낀 매물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부동산 거래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데 이어 이달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최근 5%대의 주담대 금리가 나타나는 등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중고가 아파트의 경우 양도세 등 세금 이슈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중저가 매물의 경우 대출이나 금리인상 때문에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도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이슈이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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