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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지원액을 뇌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막판 법리 검토 중이다. 총수가 뇌물공여 피의자가 될 위기에 처한 롯데와 SK 등 대기업은 초긴장 상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7일 신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다시 선 신 회장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섰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데 이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가 돌려받았다. 검찰이 롯데 경영비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기 직전이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결정했고 이후 특허권을 상실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지난해 말 신규 특허를 획득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공모해 대기업으로 하여금 두 재단에 출연토록 한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강요 혐의를 적용키로 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재단 출연 이후 지원한 70억원이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재단 출연금은 직권남용 결과물로 보고 있다”며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추가 지원한 70억원”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2015년 광복절 특사를 받는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거액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SK도 마찬가지다.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은 뇌물에 해당하지 않지만 K스포츠재단 해외전지훈련에 자금을 지원하려 한 것은 뇌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최씨는 K스포츠재단을 통해 SK에 자금 지원을 요구했지만 SK 측은 80억원이 너무 많다고 난색을 표한 뒤 30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
지원 요구는 있었는데 실제 자금을 집행하지 않은 데 대해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법리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뇌물공여 혐의는 돈을 주기로 약속만 했더라도 죄가 성립한다.
검찰이 롯데의 70억원과 SK의 80억원을 뇌물로 본다면 신 회장과 최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가 된다. 신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뇌물죄로 추가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 최 회장도 사면된 지 2년 만에 또다시 피의자 혹은 피고인 신분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의 결정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작성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300억원(약속금액 433억원) 규모의 뇌물을 받았다고 명시했다. 롯데와 SK로부터 150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면 뇌물수수액이 증가하게 된다.
다만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을 이미 뇌물로 규정한 만큼 롯데와 SK의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보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도 “검토 중”이라며 고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 시점에서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신 회장과 최 회장을 비롯해 검찰 조사를 받은 롯데·SK 관계자 중 피의자로 입건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를 근거로 검찰이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을 뇌물죄로 기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