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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잠수함 파장…“韓 핵연료·SMR 기술 주권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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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10.31 09:21:30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에 원자력학회 “기술 자립 화두”
美 의존 기술 30~40% 달해, 韓 전략적 자립 모색해야
핵연료 30% 러시아 의존, 농축·재처리 기술 확보 필요
中 SMR 속도전, 우리는 10년 뒤 1기로 해외보다 늦어
원전업계 “특별법 제정 등 국가적 법·정책 지원 필요”

[창원=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핵추진 잠수함 관련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가 예상되는 가운데,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독자적 기술 주권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원전 건설·운영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핵연료 자립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 워싱턴 D.C.에서 근무 중인 김신우 외국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원자력·신재생·자원팀장)는 30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의 2025 추계학술발표회에서 원전업계 과제에 대해 “앞으로 원전 수출 르네상스가 오기 때문에 단기·중기·장기 전략을 세워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한국형 원전의 약 30~40% 핵심 기술이 미국 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이로 인해 일부 수출 프로젝트가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에서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술 의존의 한계를 지적했다. 게다가 국가별로 기술자료 보안등급 분류가 제각각이고, 수출 통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기술 보안 규제, 수출 규제 등 다양한 리스크가 도전 과제가 존재하지만 지금부터 단기(1~2년), 중기(3~5년), 장기(5년 이후) 전략을 세워 독자적인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가장 검증된 파트너’로 평가받는 만큼, 미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전략적으로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핵연료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했다. 핵추진 잠수함 개발·운용을 위해선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 확보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불가피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용 핵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약 30% 이상이 러시아산이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국제 농축 우라늄 가격이 급등했고, 우리나라도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했다. 미국이 2028년부터 러시아산 핵연료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핵연료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남요식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사업본부장은 “결국 핵연료가 중요하다”며 “최근에 한미 간 농축우라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원자력 전주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30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2025 추계학술발표회에서 산업계 세션을 통해 원전 산업계 현안에 대해 질의응답을 받고 논의를 했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원자력학회 박현식 기획이사·심재구 기획이사, 남요식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본부장, 김신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한도희 국제원자력기구(IAEA) SMR 플랫폼 코디네이터 모습. (사진=최훈길 기자)
차세대 원전인 SMR 관련 글로벌 기술 경쟁을 뚫고 시장을 선점할 경쟁력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국은 최근 SMR ‘링룽(玲龍) 1호’의 상온 기능시험(CFT·cold functional test)에 성공하는 등 SMR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2035년 SMR 1기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관련해 한도희 국제원자력기구(IAEA) SMR 플랫폼 코디네이터는 “2050년이 되면 1기당 300㎿급 기준으로 전 세계에 500기 이상의 SMR이 운영될 전망”이라며 “국제적으로 신재생 에너지가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SMR도 빨리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전 부원장(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SMR은 경제성이 없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한 코디네이터는 “개발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SMR은 대용량 원전과 비교해 경제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한국의 독자적 SMR 추진을 강조했다.

남요식 본부장은 ‘우리나라 차원에서 추가로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원전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원전 수출국인 프랑스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SMR 등의)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법·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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