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장단과 소리로 웃기고 울려드립니다

장병호 기자I 2024.12.16 18:30:00

18일 개막하는 국립창극단 '작은 창극 시리즈'
작창가 장서윤·박정수, 젊은 감각 창극 2편 무대
코미디 '옹처', 희로애락 담은 '덴동어미 화전가'
마음속 품어온 창작 열망, 재기발랄한 창극으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두 명의 젊은 소리꾼이 작창(作唱, 우리 소리를 창작하는 작업)가로 참여한 ‘힙’(hip, 멋있다는 뜻)한 창극 2편이 동시에 무대에 오른다. 18~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창극단의 ‘작은 창극 시리즈’다.

국립창극단 ‘작은 창극 시리즈’ 중 ‘옹처’의 2022년 쇼케이스 장면. (사진=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중편 창극 2편을 나란히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작창가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한 ‘옹처’, ‘덴동어미 화전가’ 2편을 60분 분량의 정식 공연으로 선보인다. 소리꾼 장서윤(33), 박정수(25)가 각각 ‘옹처’와 ‘덴동어미 화전가’의 작창을 맡았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두 작창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옹처’는 유실된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옹고집타령’을 비튼 작품이다. 원작은 심술궂은 옹고집이 볏짚으로 만든 가짜 옹고집의 등장으로 개과천선하는 권선징악의 주제를 담고 있다. 작품은 원작의 큰 줄기를 따르면서도 옹고집의 아내 ‘옹처’를 내세워 오늘날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은 ‘백발도사’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한바탕 웃음 속 여운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장서윤과 함께 연극 ‘해무’의 극작가 김민정, 연극 ‘맹’과 ‘진천사는 추천석’의 연출가 이철희가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다채로운 장단에 언어유희를 살린 대사로 ‘말의 맛’을 살렸다. 장서윤은 “작정하고 만든 코미디 창극”이라며 “쉬운 우리말에 따라 부를 수 있는 리듬을 더해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외마디 탄식, 짧은 감탄사도 노래가 될 수 있다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창극단 ‘작은 창극 시리즈’ 중 ‘덴동어미 화전가’의 2022년 쇼케이스 장면. (사진=국립극장)
‘덴동어미 화전가’는 조선시대 내방가사(양반가 부녀자들이 지은 문학의 한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인생의 풍파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덴동어미’가 인연을 맺은 여러 사람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극 분위기의 작품이다. 슬픈 정서에도 따뜻한 위로를 한 줌 담고 있다.

박정수와 함께 연극 ‘산을 옮기는 사람들’로 차범석희곡상을 수상한 극작가 김민정(‘해무’의 김민정과는 동명이인), 극공작소 마방진의 대표인 서정완 연출이 창작진으로 뭉쳤다. 2022년 쇼케이스 당시 K팝의 요소를 더하면서 소리의 본질을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박정수는 “희로애락을 모두 담은 작품”이라며 “이번엔 K팝 요소는 조금 덜어낸 대신 전통의 느낌을 더 강조했고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1990년대 초반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창극단 ‘작은 창극 시리즈’ 중 ‘옹처’의 작창가 장서윤. (사진=국립극장)
장서윤, 박정수는 판소리 전공자다.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서윤은 ‘동물농장’, ‘어린왕자’ 등 서양 고전을 1인 판소리로 선보이는 등 다양한 창작 작업을 이어왔다. 박정수는 국악 기반의 얼터너티브(alternative·실험적) 장르의 노래를 발표하며 국악과 대중의 접점을 모색해왔다.

‘작은 창극 시리즈’는 두 젊은 작창가를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무대로 의미가 크다. 두 사람 또한 이번 공연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창작의 열망을 실현하게 됐다.

박정수는 “창작을 하지 않고 판소리만 했다면 나의 세계는 깜깜하고 답답했을 것”이라며 “작창 등을 통해 나만의 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큰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장서윤은 “작창을 통해 전통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를 질문하게 됐다”며 “나를 담는 창작을 통해 판소리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국립창극단 ‘작은 창극 시리즈’ 중 ‘덴동어미 화전가’의 작창가 박정수.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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