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5일 환경부, 복지부, 산업부, 식약처 등이 참석한 관계부처합동회의에서 정부는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수립하고 이와 같은 규제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정부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1분기까지 마련하고 법률개정을 하반기에 끝낸다는 구체적인 세부 일정까지 발표했다.
정부의 이 약속에 인체 폐기물의 산업적 재활용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업체들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정부의 이 발표가 있은 지 1년이 다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어 관련 업계가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인체 폐기물을 의약품 등으로 개발하려는 업체들은 정부의 이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 관련 기술을 개발, 사업을 준비해 왔다.
인체 폐지방을 의약품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이미 개발한 한 업체 대표는 “정부가 올해 초 인체 폐지방을 산업적 목적으로 사용토록 올해 하반기에 법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사업을 준비해왔다”면서 “정부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사업계획조차 세울수가 없어 사업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약속 불이행도 문제지만 더 큰 우려는 정부의 약속이 언제쯤 이행될지 지금 상황에서는 윤곽조차 잡을 수가 없어 업체마다 존립이 위태로운 처지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그는 “인체 폐지방을 언제쯤이면 산업적 목적으로 사용할수 있을 지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 라인이라도 공표해줘야 한다”면서 “이제는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정부를 도저히 믿을수 없는 지경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인체 폐지방의 의약품 재활용과 관련한 규제개선 과제를 전담한 소관부처는 환경부다. 이 규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인체 폐지방의 재활용과 관련해서는 복지부에서 세부지침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 환경부에서도 이 규제와 관련해 개선할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인체 폐지방은 의료폐기물이기에 복지부가 당연히 주도적으로 규제개선에 나서야 환경부가 후속조치를 취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는 이 규제개선과 관련해 더이상 환경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환경부에서 이 규제개선과 관련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내년 초에 총리실에 업계의 어려움을 직접 호소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틈만 나면 ‘제약 강국’으로의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문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제약 강국은 거창한 구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제약 육성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강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정부가 기업의 신뢰를 얻을수 있는 첫번째 전제조건은 기업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인체 폐지방을 의약품으로 활용토록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작은 약속마저 거리낌없이 내팽개치는 정부가 과연 기업들의 신뢰를 확보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