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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2일 법원의 직권 보석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구속 179일 만에 석방된다. 다음달 10일 1심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양 전 원장 측은 보석이 아닌 구속취소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고심 끝에 법원의 보석 결정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박남천)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 전 원장에 대한 보석을 직권으로 결정했다. 직권 보석 조건으로 주거와 통신 제한, 보증금 3억원 납입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양 전 원장의 주거지를 성남시 수정구 소재 자택으로 제한했고,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양 전 원장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라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 또는 그 친족과 만나지 못하게 했다. 아울러 휴대전화·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어떤 방법으로도 재판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 받지 못한다는 조건도 내세웠다.
양 전 원장이 이같은 보석 조건을 위반하면 보석이 취소되고,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또는 20일 이내에 감치에 처할 수 있다.
재판부는 양 전 원장의 1심 구속기간 만료가 다음달 10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심리 진행이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 취소 대신 운신의 폭을 제한할 수 있는 보석 결정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 전 원장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양 전 원장과 상의를 거쳐 재판부의 보석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재판부가 내건 조건이 지키기 어려울 정도가 아닌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석방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오후 5시 5분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보석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한창 재판 진행 중이라 신병관계가 어떻게 됐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강제징용 판결로 인해 최근 한일관계에 지장이 있다’는 물음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 더 이상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양 전 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 4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