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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벌어진 원인이 무리한 수계전환(물길 바꾸기)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단수 없이 수돗물 공급에 이상이 없도록 역방향으로 압력을 가하면서 수도관 내 수압이 2배 이상 높아지면서 관 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수돗물 공급은 이달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수돗물 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직접적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이었다. 공촌정수장에서 영종지역으로 자연유하방식 수돗물 공급을 이번에 수계전환하면서 가압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역방향으로 유량을 1700㎥/h에서 3500㎥/h으로 증가시켜 유속이 2배 이상 증가(0.33m/s→0.68m/s)해 관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져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검단·검암지역으로 공급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계 전환에 10시간 정도 걸리는데도 10분 만에 밸브를 열어 압력을 2배로 올리고 2~3시간 만에 물을 다른 방향으로 보내면서 탁도 등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치 확인과 부유물질 빼내는 일조차 모든 조치사항을 다 놓쳤다”며 “90% 이상은 인재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 한번 걸러 마셔도 되지만…“빨래·설겆이 등 생활용수” 권장
인천시가 상수도 수계를 전환하면서 수질변화를 확인하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 물때 등 이물질에 적기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전 대비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 역시 “환경부가 지난 3일 개입했지만 인천시가 우리 전문가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현장에 가는데 10일이 걸리면서 (골든타임) 10일을 놓쳤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정부원인조사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관로 노후화로 인한 물질이라기보다는 주로 관저부에 침적된 물때 성분이 유출된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물질이 함유된 물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수기나 필터로 한번 거른 물은 마셔도 되지만 필터 색상이 쉽게 변색하는 단계에서 수질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음용을 권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빨래, 설겆이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견해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검은 알갱이의 주요 성분인 알루미늄·망간·철은 심미적 영향물질로 착색은 유발하나 인체유해성은 크지 않다”며 “수돗물 수질검사결과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필터가 바로 변색되는 단계라면 당분간 직접 음용은 삼가는 것이 좋지만 세탁 등 생활용수로는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늦어도 29일까지’ 수돗물 정상공급 목표
정부는 인천시와 함께 이물질을 완전 제거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수돗물 수질이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하고 있는 공촌정수장 정수지 내의 이물질부터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이후 송수관로, 배수지, 급수구역별 소블럭 순으로 오염된 구간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오는 22일부터 급수구역별 민원발생 등을 고려해 배수 순서를 결정하고 매일 급수구역별 10개조를 투입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는 정수장 중심의 물공급 관리체계를 급·배수관망으로 확대해 사고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예측하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상수관망 유지관리 개선 종합 계획을 수립해 관망운영관리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인천 수돗물 사고에 전문가를 파견해 자문과 기술지원을 실시했으나 체계적인 대응이 미흡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적시에 대처가 가능하도록 유역별 상수도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관망분야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부터 사고원인 조사 및 정상화 방안,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온 정부원인조사반 역시 상황 종료 시까지 운영한다. 조사반은 환경부·수자원공사·한국환경공단 등이 참여해 4개 팀 18명으로 구성돼있다. 조 장관은 “환경부는 청소가 끝날 때까지 집중 모니터링하고 이후에도 인천시와 협력해 시민의 물이용에 어려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