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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코너 램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접전 끝에 릭 새컨 공화당 후보를 누른 펜실베이니아 남서부 연방하원 18번 선거구는 이른바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중하류 백인층이 밀집한 곳으로,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때 약 20% 차이로 압승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이곳에 후보조차 내지 않았던 데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7분의 1 수준인 고작 200만달러(21억3000만원)의 선거자금만 썼다는 점에서 서 트럼프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트럼프는 두 차례나 이 지역을 찾아 지지유세를 벌이면서 공을 들였다. 최근 관세폭탄 행정명령 당시 백악관에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을 초대한 것도 이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지난해말 앨라배마에서 치러진 연방상원 보궐선거 패배가 일종의 ‘경고’였다면, 이번 선거의 패배는 ‘충격’에 가깝다는 게 미국 현지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이번 선거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우세 지역에서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조야에선 트럼프가 더 견고하고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타깃은 지난해 3750억달러(399조5000억원)의 대미 무역흑자국인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튿날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지명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가 1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엄정한 무역 대응을 자초했다”며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게 대표적이다. 자유무역 신봉자인 커들러의 입에서 나온 만큼 지금보다 더 강력한 ‘무역전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0억달러(63조9500억원)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과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중국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이 인도의 수출 보조금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한 게 그 신호탄이다. AFP통신은 “트럼프가 주요 교역국들과의 무역전쟁에서 또 다른 전선을 열었다”고 표현했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격인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15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등 우리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기세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와 철강 관세 협상을 연계해 대응하더라도 한·미 FTA 자체의 ‘이익의 균형’은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의 전방위적 압박에 만만치 국면을 맞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