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책까지 직접 언급하는 등 쟁점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대야(對野)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5박7일간의 프랑스·체코 순방 이후 전날(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부터 연일 야당을 향해 연일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박 대통령이 화력을 집중하는 법안은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2법, 테러방지법 등 모두 8개 법안. 박 대통령은 이 중 노동 5법은 연내 처리를, 경제활성화 2법 및 테러방지법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애초 여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활성화 2법을 처리하고 노동 5법은 즉시 논의를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임시국회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여야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융단폭격’ 행보도 자칫 법안 처리가 내년으로 밀릴 경우 내년 4월 총선 등의 정치일정과 맞물리면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나왔다. 특히 법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책임 소재를 야당에 분명히 지우는 동시에 ‘야당=경제외면정당’ 프레임으로 내년 ‘총선 정국’을 끌어가려는 속내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14분간에 걸친 국무회의에서 먼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 “(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적극 추진하던 정책을 이제 와서 반대한다면 과연 누가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야당을 정조준했다. 더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년 연설에서 일자리를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라며 “이제 와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자고 하면서 법통과를 안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노동 5법과 관련해서도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14년째 국회에 계류된 테러방지법에 대해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기본적인 법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전 세계가 안다. IS(이슬람국가)도 알아버렸다”며 “이런 데도 천하태평으로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을 수가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국회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입니까”라며 “하루만이라도 정치적인 논란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서 여야가 처리하기로 약속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애초 이날 국무회의는 청와대와 세종시를 영상으로 연결해 진행하려 했으나, 국무위원들을 모두 청와대로 불러 모은 일반 국무회의로 전환한 점도 박 대통령의 의지를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전날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준비된 원고 없이 즉흥 연설을 했다. 그만큼 사용한 단어는 정제되지 않았고, 전달력은 컸다는 평가다.
연내 법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총선심판론’을 제기, 야당과의 전면전에 나설 공산도 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국민담화 등은) 그때 가서 검토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야당 지도부는 외면하는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꼬집기도 하지만, 정 대변인은 “올해에만 (야당 지도부를) 두 차례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우리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야당 지도부와 자주 만나 소통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