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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진도실내체육관. 신원확인반이 보여준 사진 속에 인물이 아들임을 확인하고 눈물을 터뜨리는 어머니를 안고서, 또 다른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애 맞아. 나 어떡해. 맞아요”라며 울먹이던 어머니는 차가운 바다에서 8일 만에 돌아온 아들을 만나기 위해 팽목항으로 이동했다.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안에 침몰한 지 8일째를 맞아 사망이 확인된 실종자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기상 상태가 좋아지면서 희생자 수색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인양된 희생자수가 빠르게 늘면서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의 절반 정도가 팽목항으로 향했다.
이날 팽목항의 신원확인소 옆에는 대형 컨테이너 6개가 설치됐다. 인양된 희생자들의 신원확인이 끝날 때까지 안치할 냉동 컨테이너다. 또 육군은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희생자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헬기 두 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행방을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이다.
이어지는 희생자 인양 소식에 팽목항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인양된 시신의 특징을 고지하는 상황판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판에 게시된 메모 속 ‘신원미상’ 희생자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내 아이 얼굴에 점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금니는 몇 개나 치료했었는지’ 등을 떠올렸다.
내 아이, 내 형제임을 확신한 가족들은 희생자를 직접 볼 수 있는 부두의 신원확인소로 나갔다.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은 해경을 붙잡고 “수색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똑바로 말하라”며 쉬어버린 목소리로 호통을 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의 절반이 떠난 진도실내체육관은 조용했다. 아직 ‘희생자’가 아닌 ‘실종자’ 가족인 이들은 추가 인양된 희생자 명단이 나오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새로 인양한 희생자의 특징이 나열된 화면을 보고 설마하며 신원확인반을 찾은 몇몇은 희생자의 사진을 보고 오열을 터뜨리며 팽목항으로 떠났고, 이를 바라보는 실종자 가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신원미상자 명단의 특징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민관군 구조대 측은 이날 구조작업에는 수상함정 254척과 항공기 34대, 민관군 구조대 789명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3층과 4층 다인실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