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임 기간 쏟아진 의혹들이다. 청구된 영장만 30건이 넘는다. 그간 대통령 면책특권으로 버텨 온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월20일까지 백악관을 떠나야 한다. 방을 빼는 순간 방패는 사라진다.
선거 패배를 예견한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나는 나를 사면할 권리가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트윗을 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유의 ‘셀프 사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과연 자신의 죄를 자신이 사하는 대통령 자체 사면이 가능할까?
|
브라이언 칼트 미시건주립대학 헌법학 교수는 로이터에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사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나의 답은 항상 이렇다. 그가 시도할 수는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헌법에 대통령의 사면권이 명시된 만큼 ‘셀프 사면’도 이론상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껏 미국 헌정사상 어느 대통령도 자신을 사면하려 시도한 적이 없다. 연방 헌법에도 정확한 조항이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셀프 사면’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본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debet esse judex in propia causa)”는 대원칙을 위배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기소될 가능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자신을 사면한다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연방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뒤, 법정에서 사면의 적법성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받을 수 있는 방법은 또 하나 있다. 잠시 대통령직을 내려놓으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자리를 이어받아 트럼프 대통령을 사면하는 방식이다.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법무부 변호인이 설명한 것과 같은 방법이다. 실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뒤 제럴드 포드 전 부통령의 사면을 받았다.
다만 벌써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펜스 부통령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CNN은 펜스 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상황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칼트 교수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 사면에 동의해 어떤 이득을 얻을지 분명하지 않다”며 “펜스가 자신의 유산으로 이 사면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