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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까띠 라뺑이 연극 ‘단지 세상의 끝’을 6년 만에 재공연하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2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에서 ‘단지 세상의 끝’의 일부 장면을 시연한 후 “기존의 작품을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고 싶었다”며 “기존에는 가족 드라마가 중심이었다면 삶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라뺑은 현재 외대 불어과 교수임과 동시에 시인, 번역가, 연출가다. 2009년 극단 프랑코포니를 공동 창단해 매해 새로운 프랑스어권 연극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단지 세상의 끝’은 프랑코포니가 처음으로 재연하는 작품이다. 그는 “새로운 배우와 무대, 해석으로 초연과는 다른 새로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단지 세상의 끝’은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아들과 그 가족들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의 작가 장-뤽 라갸르스이 쓴 희곡으로 2013년 극단 프랑코포니에서 국내 최초로 소개했다. 2016년 캐나다 퀘벡 출신의 영화감독 자비에 돌란이 영화로 만들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단지 세상의 끝’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가족의 이야기지만 단순히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 앞에서 보여주는 인간존재의 허위의식과 소통의 부재 등을 담는다. 1막과 짧은 2막 사이에 들어 있는 막간극은 고전극의 요소로 보이지만 지문이 없고 마치 자유시처럼 된 문장과 쉼표와 반복이 많은 대사를 활용하는 등 실험성이 돋보인다.
라뺑은 “인간이 태어나 죽음으로 이어지기까지 마치 거대한 굴레 같은 이야기”라고 ‘단지 세상의 끝’을 소개했다. 이어 “길고 긴 여행을 끝낸 인물이 가족에 귀환해 겪는 일은 호메로스의 ‘율리시스’부터 성경 그리고 현대까지 이어질 정도로 중요한 테마”라며 “깊이 있는 텍스트가 관객에 울림을 줄 것”이라 말했다.
‘단지 세상의 끝’에는 홍윤희, 전중용, 성여진, 이지현, 김상보와 같이 연극과 뮤지컬,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라뺑은 “요즘 한국 공연에서 들어볼 기회가 적은 장엄한 독백체와 살아 있는 대화체가 있는 연극”이라고 본 공연을 기대했다.
‘단지 세상의 끝’은 4월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한다.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