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수유12구역은 지난 4월 도심복합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주민후보지 발표시점을 기준으로 임의 추정한 토지 등 소유자는 1200명이며, 지난달 기준 측정된 사업 후보지 전체면적은 10만1001㎡에 달한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해당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를 기준으로는 3분의 2 이상, 토지면적을 기준으로는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주민 동의를 집계할 때 LH가 보유한 임대주택인 145채에도 주민 동의권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율 산정 시에는 다주택자의 경우 1표로 제한돼 LH 역시 1표만 행사할 수 있지만, 토지면적 기준 동의율을 집계할 때는 145채의 대지면적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주민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수유12구역 내 LH 임대주택 145채의 총 대지면적은 4057㎡다. 해당 구역 토지면적 동의율 달성 기준(5만500.5㎡)의 8.0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국공유지 면적 1만6716㎡가 있어 임대주택 면적까지 더하면 기준 동의율 달성을 위해 필요한 토지면적의 41.13%(전체면적 20.6%)에 해당하는 2만773㎡가 이미 정부 측 찬성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도심복합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 같은 동의율 확보는 실제 주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불만이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한 주민은 “빌라 쪼개기 등으로 소유주 머릿수만 늘려서 사업 찬성 표심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토지면적 기준 50% 요건을 만들어 놓은 것인데, 정부가 벌써 이만큼을 가져가 버리면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셀프 찬성을 통해 주민 땅을 빼앗아 자기들 아파트를 늘리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일반적인 재개발에서도 소유자 동의율보다 면적기준 동의율을 모으는 게 더 어렵고 중요한데 도심복합사업은 소유자 동의율이 민간보다 더 낮기 때문에 면적기준 동의율 중요도가 더 높다”며 “특히 정부에서 미는 공공개발 사업은 사실상 토지·건물 등을 소유한 지자체, 공기업이 다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어 주민 민심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이주난 우려 등이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공사가 시작돼 LH의 매입임대주택 145채가 한꺼번에 멸실되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입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당초에는 3기 신도시로 이주시킨다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사업이 늦어지면서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순환 정비를 하도록 주변 매입임대주택 활용하는 방식으로 임시 이주 수요를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고, LH는 “사업이 진행되면 별도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인근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