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내년 암호화폐 ‘리브라’ 출시를 추진중인 페이스북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감독위원회 청문회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의원들은 “어린아이에게 성냥을 쥐어주는 꼴”이라며 리브라 출시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관련 법안 마련에도 착수한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에 리브라가 출시될 것인지도 불분명해졌다. 페이스북은 전날 “규제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리브라 출시를 미루겠다”고 밝혔으나, 의회 제동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을 믿을 수 없다”, “페이스북은 성냥을 처음 본 아기와 같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리브라 출시를 견제했다. 일부 의원들은 최근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50억달러의 벌금을 문 것을 문제삼으면서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브라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인 데이비드 마커스 칼리브라 대표는 청문회에 참석해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대해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 중 한 곳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이어 “각국이 발행하는 법정 통화와 경쟁하거나 금융 시장을 교란시킬 의도는 없다”면서 높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소외받고 있는 금융소외 계층을 돕기 위한 공익 프로젝트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곧바로 페이스북이 해당 기업들을 인수해 프로젝트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마커스 대표는 “리브라 네트워크 자체가 오픈 소스 기반인 만큼, 주도권을 누가 쥐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리브라의 발행과 결제·송금 서비스를 관리하게 될 본사를 스위스에 두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의원들은 미국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마커스 대표는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 금융기관들이 대거 스위스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규제를 모두 충족시키기 전까지는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겠다”며 전날 밝힌 연기 계획을 재확인했다.
리브라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마커스 대표는 “그렇다”라고 답했고 연이어 돈세탁이나 테러자금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마커스 대표는 “리브라는 익명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테러자금으로 쓰이는 것이 확인되면 동결이 가능하다. 다른 통화로 환전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마커스 대표는 되레 기존 금융 관리·감독 시스템보다 더 엄격하게 리브라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페이스북의 리브라 출시를 막을 경우 “다른 누군가가 같은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IT기업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가안보 차원에서 리브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암호화폐 기반의 별도의 금융 네트워크가 기존 금융체계와 양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마커스 대표의 설득과 해명에도 의원들의 불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고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했다. 특히 마커스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에 투자할 금액이나 프로젝트 참여사들 간의 수익구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고 일부 외신들은 진단했다.
특히 스위스 연방데이터보호정보위원회(FDPIC)가 CNBC에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받은 적도, 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밝히면서 불신을 키웠다. 페이스북과 직접 접촉한 적이 없었기에 “감독 규정을 적용할 범위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법률적 검토를 할 수 없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FDPIC의 발언은 청문회 이후에 나온 것이다. 앞서 마커스 대표는 청문회에서 “리브라 운영을 위한 본사가 스위스에 있기 때문에 데이터 및 사생활 보호 등과 관련해선 스위스 규제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는 페이스북과 같은 IT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하원의 경우 이미 법안 초안이 완성됐다. 여기엔 연간 매출이 250만달러를 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규정한 디지털 자산을 유지·운영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반시엔 매일 100만달러의 벌금을 물린다는 제재도 포함됐다.
청문회 결과가 법안 착수를 중단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마커스 대표는 다음날 미국 하원 은행감독위원회 청문회에도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