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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공익위원 "ILO협약 비준 합의 내야…합의 불발땐 국회로"

김소연 기자I 2019.03.18 15:51:09

공익위원, 3월 말까지 노사합의 촉구
"한·EU FTA 등 무역·통상에도 영향" 경고
EU 정부간 협의절차 시한 임박…성과 내야
"법개정 안되면 FTA조항 위반 최초 국가 오명"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노사관계 개선위 )는 3월 말까지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논의된 경과만을 일단 국회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조속한 법 개정을 위해 일단 국회로 공을 넘기겠다는 뜻이다.

특히 노사관계 개선위 공익위원들은 경사노위서 합의를 내지 못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 노동조항을 위반한 세계 최초의 국가란 오명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익위원들은 한·유럽연합(EU) FTA에 따라 EU가 한국에 대한 강경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18일 박수근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의 의미와 그 시급성, 논의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월말까지 사회적 합의를 내야 한다”며 “소모적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ILO 기본 협약 비준에 직접 연결된 단결권 관련 공익위원 합의안을 냈고, 노·사 의제를 합의해서 국회로 넘기려 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합의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간담회에서 박수근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9일까지 성과 내야…한·미 FTA에도 영향

공익위원들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한 이유는 EU에서 한국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 상태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FTA를 체결한 EU는 지난해 12월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의 공식 분쟁 해결 절차인 정부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했다. EU가 문제를 삼는 노동관련 의무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근절 △고용상 차별금지 등 지난 1998년 ILO 기본권 선언내용이다.

EU와 한국 정부는 FTA를 체결하면서 ILO 핵심협약 8개를 모두 비준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명시적으로 넣었다. 한국은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87호·98호)와 ‘강제노동 철폐’(29호·105호) 등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정부간 협의 절차의 시한은 다음달 9일까지다. EU는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공식 분쟁해결절차의 최종단계인 ‘전문가 패널’에 회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FTA 노동조항을 위반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된다. 이 때문에 공익위원들은 3월 말까지 노사정 사회적 합의안을 내달라고 호소했다.

이승욱 공익위원(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FTA 노동조항 위반에 어떤 책임이 뒤따르는지 한국이 전세계 최초 선례가 되는 것”이라며 “EU 의회에서 한·EU FTA 위반에 대한 한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약이 힘을 얻는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강경한 내용이 포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다른나라에 본보기 될 수 있고, 한미 FTA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김대환 국제협력관(사진 오른쪽)과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사가 지난 1월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코트야드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 이행을 위한 정부간 협의’에 앞서 인사를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계 요구 과도…EU 제재 책임은 경영계가 져야”

공익위원들은 이번 사회적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경영계의 소극적 협상 태도와 과도한 요구를 문제로 꼽았다.

현재 위원회에서 노사가 단체 교섭 및 쟁의행위 관련 제도 개선 사항으로 각각 5개씩을 제시했으나 논의 진척이 안되고 있다. 노사 합의사항은 ILO 핵심협약 비준과 직접 관련은 없다. 노사관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하는 사항이다.

경영계는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명확화를 요구했다. 노동계는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개선 △산별교섭 활성화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 및 목적 확대 △노조활동 및 쟁의행위 관련 민사책임·형사처벌 개선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 제도 개선 등이다.

다만 공익위원들은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이나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등은 국제 노동기준에 반하거나 헌법상 노동 3권 보장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단결권 중심으로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에는 경영계 요구를 반영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결권 중심으로 낸 공익위원안에는 우리나라가 기업별 노조 중심인 특수현실을 반영해 경영계 요구가 상당부분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승욱 교수는 “3월 말까지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더이상 위원회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ILO 협약 비준은 못하고, FTA 조항 위반은 명확하다. 이런 상황서 입법도 못하면 협상을 결렬시킨 주체인 경영계가 모든 부담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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