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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구조개혁은 우리 경제의 ‘해묵은’ 과제다. 정규직 고용 보호를 완화하는 등의 노동시장 개혁과 각종 투자·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상품시장 개혁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것도 이유가 있다. 구조를 흔드는 작업에는 저항 세력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경제계에서는 경기가 회복 국면인 지금이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불황일 때 고용시장에 ‘메스’를 들이대면 자칫 침체를 더 가속화할 수 있는 탓이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처럼 막다른 골목에서 구조조정을 하면 후유증이 배가된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 연례미션단이 14일 이같은 과제를 언급하면서 구조개혁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데일리가 만나본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이런 의견을 나타냈다.
◇“경기가 나을 때 구조개혁 해야”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내정된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정부는 부담스럽겠지만 앞으로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했던 비정규직 철폐 문제는 정규직 과보호가 계속되는 한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없애려면, 경직적인 정규직 보호부터 낮춰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조선, 건설 등 전통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경기가 지금처럼 나을 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철강처럼 해외수출 관련 산업 중 경쟁력이 약해진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이는 “현재의 성장 모멘텀은 적극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날 IMF 연례협의단의 조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구조조정은 어려운 과정이어서 피해가 덜 가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기가 좋을 때 해야 그런 고통이 작다. 정부 차원에서 상당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구조개혁의 첫 손으로 노동유연성 제고를 꼽으면서도 “다만 문재인정부와는 맞지 않는 얘기다. 경직적으로 하는 게 정부의 생각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역시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라는데 공감한다”면서 “노동시장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우리 산업의 질적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한 조언도 적지 않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규직의 임금이 높고 해고가 어려운 만큼 구조개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는 혁신성장”이라면서도 “그러려면 기업의 기를 살려야 하는데, 공정거래 이슈와 법인세 인상 등과 맞물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둔화할듯”
문제는 경기 반등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골든타임을 놓치면, 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과 마주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를 그리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민영 부문장은 “올해 수출과 투자 전반이 좋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라면서 “내년에는 둔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2% 중반대로 보고 있다. 김정식 교수도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을 거론하며 “올해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게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장옥 교수는 “세계 경제와 맞물려 경기가 좋아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경기 사이클을 고려하면 내년까지는 좋아질 것 같다”면서도 최근 일각에서 나오는 ‘신(新) 3고(高)’ 가능성을 들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3고 가능성은 최근 원화·유가·금리가 상승하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