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차민기 광동한방병원 통증재활센터 원장을 중심으로 통증케어와 재활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트레이너들이 모여 ‘바른 몸, 바른 움직임’이라는 슬로건을 구현하고자 ‘메디피트’란 정기모임을 결성했다. ‘메디피트’는 바로 ‘메디컬(Medical)’과 ‘피트니스(Fitness)’를 조합한 단어다. 올바른 움직임 치료방안을 토론을 통해 도출하고 이를 임상에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난 8월 첫 정기모임엔 차민기 원장을 비롯해 강지웅, 김영표, 김재웅, 김태준, 김태하, 노석희, 이대길, 이준영, 윤진오, 조욱래, 최현진, 허진영 등 총 12명의 퍼스널 트레이너가 자리를 함께했다.
차 원장은 “한국에서 통증관리와 재활치료는 이미 부상을 입었거나 증상이 생긴 뒤 ‘치료하는’ 개념으로 여겨진다”며 “최근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미병(未病) 단계에서 신체의 움직임 패턴을 파악해 관절기능 감소 및 통증의 원인을 찾고 운동치료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좋은 움직임이란 효율성 높고 경제적인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건강은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차 원장과 트레이너들이 주장하는 ‘건강한 몸’의 기본은 ‘힘’이다. 통증을 방지하려면 몸에 힘이 있어야 한다. 보통 유연한 몸을 건강함의 척도로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메디피트는 염증을 치료하고 통증 자체를 지우는 것보다 신체의 힘을 키워 몸이 약해지지 않게, 스스로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의료인들이 일일이 환자에게 올바른 트레이닝을 가르치며 케어하는 것은 무리다. 트레이너도 자신이 의료소비자(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수 없다. 따라서 의사와 피트니스 전문가의 ‘컬래보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게 양자의 주장이다.
윤진오 트레이너는 “보통 몸이 아플 때 운동할수록 상태가 악화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에 다녀오면 의사들도 ‘무조건 쉬라’고 말하는 게 대부분이라 수월한 운동처방이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디피트 활동처럼 의사의 진단과 트레이너의 운동처방이 동시에 이뤄지는 케이스는 국내에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와 트레이너가 서로 환자의 상태를 놓고 ‘소통’할 때 사용하는 기준의 하나로 ‘기능적 움직임 평가(Functional Movement Screen, FMS)’를 꼽을 수 있다. 1995년 미국의 피지컬 테라피스트 그레이 쿡(Gray Cook)과 운동선수트레이닝 교수 리 버튼(Lee Burton)이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개발한 테스트 프로그램이다. 현재 미국의 웬만한 유명 대학·프로스포츠팀은 이를 기반으로 선수별 맞춤운동을 시행하고 있다. 7가지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김태준 트레이너는 “자신의 움직임 지도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FMS”라며 “관절의 안정성, 가동성, 비대칭적인 부분을 찾아 교정운동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조욱래 트레이너는 “현대인은 움직이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한 탓에 ‘바른 움직임’에서 동떨어지게 되고 통증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며 “신체를 수월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다시 각인시키면 통증을 예방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피트는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트레이너의 실질적인 운동처방을 위해 두 집단 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게 첫걸음이다.
최현진 트레이너는 “의학계와 피트니스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정신적 요소’”라며 “자기관리에 엄격하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공감과 위안을 주고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는 것도 우리 모임의 과제”라고 말했다.
차민기 원장은 “기존 근골격계질환 치료는 통증 제어에만 집중했던 측면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환자의 움직임 패턴을 분석하면 통증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타나는 보상작용까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과 스포츠과학의 만남으로 아프기 전에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트렌드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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