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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 대비하라"…EU '초긴장', 대책 마련 분주

방성훈 기자I 2025.04.04 14:32:34

중국산 저가 제품 대규모 유입 경고 잇따라
"美 관세장벽에 막혀 EU서 더 많이 판매하려 할 것"
EU 집행위, 새로운 ''긴급 관세'' 부과 등 준비중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의 강력한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 제조업체들이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려 할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윙클러는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시아에 대한 즉각적인 무역 충격은 아마도 유럽으로 다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각 25%)와 상호관세(20%)를 부과해 유럽 제조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렴한 중국산 제품까지 범람해 유럽의 경제적 위험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유럽 경제의 버팀목인 독일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상품으로부터 역내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FT는 보도했다.

(사진=AFP)


EU 관리들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부터 전기제품 및 기계기기와 같은 제품이 EU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수입품 흐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새로운 긴급 관세(emergency tariffs)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34%로 책정했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10%씩 부과된 관세와 더불어 54%가 추가되는 셈이다. 기존 관세율 19~25%까지 더하면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은 70~95%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중국 기업들이 대미 수출을 위해 우회하는 베트남에도 46% 상호관세가 부과됐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우리는 더 많은 산업에 대한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중국과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들이 과잉생산 능력을 수출하는 모델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부과한 최대 35% 관세 외에 다른 제품에도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교관의 말대로 된다면 EU는 사실상 미국을 좇아 대중 관세 장벽을 대폭 높이게 된다. 일부 분석가들은 EU와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중국 생산자들이 할인 판매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 할 위험을 더 경계하고 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이들이 여분의 생산 능력을 유럽으로 이전하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유럽 대륙의 산업에 엄청난 결과(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라의 안드제이 슈체파니아크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대중 관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다”며 “중국이 유럽에 상품을 덤핑할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ING의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유럽 최악의 경제적 악몽이 방금 실현됐다”고 꼬집었다.

다만 중국산 저가 제품이 확대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더 빠르고 더 큰 폭으로 인하할 수 있음을 뜻한다.

FT는 “EU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에도 철강 산업에서 비슷한 압박(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에 직면한 적이 있다. EU는 다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당시의 경험은 중국의 보조금 생산에 맞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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