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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체내서 독극물 검출…獨·美·英 "러시아 해명하라"

김보겸 기자I 2020.09.03 15:15:06

독일 "노비촉 중독 증거 발견…범죄 희생자"
미·영·프도 러시아 비난…약물사용 해명 촉구
러시아 "증거 받기 전까진 입장표명 못 해"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몸에서 노비촉이 발견됐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러시아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4)의 몸에서 신경 물질인 ‘노비촉(Novichok)’이 검출됐다. 노비촉은 1970년대 소련이 군사용 신경 안정제로 개발한 물질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독성이 8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독일군 연구소에서 실시한 독성 테스트에서 나발니가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명백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는 나발니의 아내인 율리아 나발나야와 현재 입원 중인 병원 주치의들에게 전달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발니가 범죄의 희생자라는 것이 확실하다”라며 이번 공격을 “독일이 지지하는 모든 기본적인 권리와 가치를 겨냥한 살인미수이자 범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만이 대답할 수 있고 대답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다. 전 세계는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독일 외교부는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러시아 당국이 이 사건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그의 체내에서 노바촉이 검출된 것은 러시아 정부의 개입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비촉은 지난 2018년 영국에서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가 중독된 약물도 노비촉이 지목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소식통이 “최고위급의 허가 없이는 이 신경작용제가 사용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독일 외에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도 러시아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존 울리엇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러시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과거에도 화학 신경 작용제인 노비촉을 사용했다”며 “악의적인 활동을 위한 자금을 제한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러시아가 국제조약에서 금지된 화학용 무기를 사용했다며 비난했다.

러시아 정부는 고의로 독살을 시도했다는 증거를 받기 전까지는 선뜻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나발니 사건의 모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독일과 전폭적으로 협력하고 정보를 교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발니가 베를린으로 이송되기 전 러시아에서 모든 국제기준에 따라 실시한 조사에서 독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고의 독살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신 뒤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돌연 혼수상태에 빠졌다. 비행기는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나발니는 인근 러시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옴스크 병원 측은 나발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원인이 낮은 혈당으로 인한 신진대사 탓이라며 독살 시도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나발니는 이후 독일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푸틴 정권은 반체제 인사를 숙청하기 위해 독극물 홍차를 사용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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