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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다시 한국당 전면에…비박 "이대론 총선 승리 어렵다"

유태환 기자I 2019.07.08 18:13:01

친박, 황교안·나경원 당선 역할 뒤 재부상
비박 밀어내고 알짜배기 예결위원장 차지
비박계선 20대 총선 진박 공천 재연 우려
"황교안, 국민 눈높이보다 당내 입지 선택"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후보자 모두 발언 등이 비공개로 진행될것이 결정되자 연단 앞으로 나와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친박(박근혜)계가 자유한국당 내 요직을 장악하면서 다시 당 전면에 포진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던 비박·바른정당 출신 복당파를 중심으로 “또 친박 정당으로 가면 내년 총선은 필패”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무총장·예결위원장 등 당내 요직 차지

8일 한국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당내 친박 입지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인사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황교안 대표가 ‘원조 친박’ 한선교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박맹우 사무총장을 인선한 것이다. 두 번째는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출신 김재원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사무총장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함께 당 3역으로 불리면서 당내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공천을 앞두고 구성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는 당연직 위원장을 맡아 소위 말하는 ‘물갈이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예결위원장 역시 수백조원의 정부 예산을 심사하고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 예산을 챙기는 알짜배기 자리다. 특히 김 의원은 김성태 전임 원내대표 체제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비박·복당파 황영철 의원을 밀어내고 예결위원장을 차지했다.

앞서 지난해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예결위원장직을 가져온 한국당은 황 의원과 안상수 의원이 20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을 나눠 맡기로 합의했다. 당시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던 김 의원은 상임위원장에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다. 황 의원은 애초 합의대로 지난 3월 안 의원에 이어 예결위원장에 선임됐다.

이후 김 의원은 2심까지 무죄를 이어간 반면 마찬가지로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황 의원은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 기준인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3선임에도 상임위원장을 한 번도 맡지 못한 김 의원은 자신에게 예결위원장 기회가 돌아와야 한다며 경선을 요구했다. 황 의원은 이에 반발하면서 경선 자체를 포기했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공천 개혁 절대 못 해”

친박이 다시 당 주류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선거와 2.27 전당대회에서 각각 나경원 원내대표·황교안 대표를 물밑 지원하고 당선에 주요 역할을 하면서다. 앞서 홍준표 대표 체제와 김성태 원내지도부, 비박·복당파가 밑그림을 그린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숨죽이고 있던 친박계는 두 선거전을 계기로 빠르게 당 주류 세력으로 다시 부상했다.

실제로 황 대표는 주요 당직을 친박계 중심으로 채웠다. 나 원내대표 역시 친박 김재원·비박 황영철 의원 간 갈등에서 친박계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황 의원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황교안 대표님이나 나경원 원내대표님 옹립이 친박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거기서 새로운 신주류가 형성됐고 그분들의 입김이 당과 원내 운영에 있어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연히 지금 상황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비박계에는 지난 20대 총선 공천에서 있었던 ‘유승민 의원 찍어내기’와 진박 논란 재연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여권과 비박계는 탄핵의 시발점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의 공천 실패과 그에 따른 총선 패배로 보고 있다.

비박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에서 공천 개혁은 절대 못한다”며 “황 대표가 박맹우 사무총장을 임명하면서 그런 신호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비박계 일부에서도 예결위원장 문제 등을 놓고 지나치게 계파 간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계파 갈등까지 얘기하는 건 너무 과한 해석”이라며 “황 의원과 김 의원 주장 모두 나름대로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지금 황 대표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친박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총선 승리는 어려운데 친박 지원을 받지 않고는 당내에서 입지를 형성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기준으로 보면 친박을 전면에 내세우면 당연히 안된다”면서도 “선거가 임박한 상황이 아니니 국민 눈높이보다는 당내 역학관계에 맞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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