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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성조숙증 진단에 사용되는 ‘호르몬 방출 검사(성선자극 호르몬 검사)’는 유도제 주사 후 일정한 간격으로 채혈해 주사 전과 후의 호르몬 수치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은 반복적 채혈로 인한 통증과 이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해왔다. 인위적으로 자극을 가해 호르몬을 측정하기 때문에 검사 대상자의 신체 환경 및 주변 요인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단점이 있었다.
KIST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변 속 여성 호르몬 에스트라디올(Estradiol)과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표시하는 나노 입자를 도입하고 질량분석기 신호를 증폭해 한 번에 여러 종류의 호르몬을 효과적으로 검지하는 비침습적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IST 연구진은 먼저 특정 호르몬을 검지할 수 있는 항체와 압타머(Aptamer)가 부착된 나노입자에 이온화가 용이한 화학물질을 동시에 도입했다. 이때 각 호르몬을 대표하는 화학물질을 다르게 도입함으로써 마치 물건을 살 때 바코드로 상품 정보를 확인하듯 질량분석기가 이들 특정 화학물질을 검지하면서 타깃을 표적해 성 호르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이 같은 비침습적 호르몬 검지법이 사람의 소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 소변 내 호르몬을 직접 질량분석기로 검출하는 방법보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입자에 부착된 바코드 화합물을 이용해 검출했을 때 약 1만 배 이상의 신호 증폭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학계에 보고된 호르몬 검지능 중 최고 수준이다.
KIST 이효진 박사는 “바코드가 물건 정보를 알려주듯 화학물질이 바코드 역할을 하는 원리”라며 “향후 호르몬 뿐만 아니라 소변 내 검지가 어려웠던 다양한 저분자 검지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센서와 액추에이터 B: 케미컬(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