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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늘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추석이 다가오지만 차례상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한 포기에 1만원 가까이 뛰며 ‘금(金)배추’가 됐기 때문이다. 11월 본격화하는 김장철에도 배춧값이 비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년보다 3배 뛴 배춧값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현재 배추 1포기당 상(上)품 기준 소매가격은 평균 8035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만2410원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맘때와 비교해봐도 배춧값은 비싸다. 최근 5년 동안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3개년 평균을 낸 평년 가격이 3586원인 점을 고려하면 배춧값이 세배 가까이 뛴 셈이다. 8월 초 3487원이던 배춧값은 9일 4000원대에 들어섰고 말경엔 7641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서도 배춧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예년보다 배춧값이 높아진 까닭에 대해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배추가격의 급등 원인·전망’ 보고서에서 재배면적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름철에 배추를 키우기에 적당한 곳은 우리나라에선 강원지역 고랭지가 거의 유일하다. 배추가 18~21도 정도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서다. 그마저도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 줄고 있다.
더구나 중국산 수입 김치가 늘면서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강원지역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4200헥타르(㏊)로 지난해보다 3.8%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날씨 또한 배추 키우는 데 도움이 안 됐다.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폭염이 계속되고 날이 가물면서 해충에 화상, 병해까지 겹쳤다. 8월 하순에는 외려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배추가 햇볕을 쬘 시간이 부족했다.
◇김장철에도 배추 포기당 1만원?
더 큰 문제는 이 가격이 11월까지 유지된다면 김장을 담그는 우리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6년 전에 배춧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배추 파동’을 겪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물가 관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폭염 등으로 단기간에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추석을 지나면서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고랭지 배추재배 지역에 비가 쏟아지면서 배추를 수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다시 수확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
소매가격보다 공급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도매가격은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aT에 따르면 6일 현재 전국 평균 상(上)품 기준 10㎏당 배춧값은 2만2600원으로 1일 2만3800원 대비 소폭 내렸다.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이 반영되기까지 최대 7일가량 걸린다.
추석 이후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출하되는 등 출하량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박종필 한은 강원본부 경제조사팀 과장은 “지금 준고랭지 지역 배추는 생육 상태가 양호한 상태여서 이들 배추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10월께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유수영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배추가 1년에 여러번 출하되는데 지금은 ‘가을배추’인데 예년보다 폭염 탓에 물량 자체가 줄긴 했다”면서도 “다시 출하량이 늘고 있고 11월께부터는 ‘김장배추’가 나올 예정이어서 배춧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